[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개월 만에 단독 활동을 재개했다. 김 여사는 21일 '우크라이나 아동 전시'를 관람했다. 지난 16일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의 공식 오찬, 지난 19일 '사리 반환 행사' 참석에 이어 이번에는 단독 일정을 소화하며 활동 폭을 넓힌 것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는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여사의 활동 재개를 위해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류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 관람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김 여사가 키이우의 아동권리센터에서 현지 아동의 그림을 본 것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측에서 전시를 제안해 함께 마련했다.
김 여사는 행사 인사말에서 "우리 모두 생명 존중과 세계 평화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순방을 제외하면 김 여사의 외부 단독 일정은 이번이 196일 만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7일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한 바 있다.
약 5개월 만의 공개 활동 재개 이후 김 여사의 보폭은 넓어지고 있다.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의혹 제기와 야권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추진으로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공개 일정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6일 캄보디아 총리 부부 공식 오찬에 참석하며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달 루마니아, 앙골라 정상 부부 방한 당시에도 별도의 배우자 친교 일정을 소화했지만, 이때만 해도 언론에 알리지 않았고 사진과 영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캄보디아 오찬 행사도 여전히 기자들이 취재할 수 없는 비공개 행사였고,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함께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외부 공개 활동에 나섰다. 이틀 뒤인 이날에는 단독으로 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했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여사 공개 행보의 길을 터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내에선 이달 말 개최가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외교 행사, 향후 해외 순방 등 외교 일정이 예고돼 김 여사가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이전부터 관여해온 사리 반환, 전시 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개 행보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정을 계기로 김 여사는 '외교 문화' 중심으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사 리스크' 우려 여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이날 공개한 '정치·사회 현안 133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3.6%가 '공개 활동 없이 자숙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0%이며 '잘 모른다'는 답변은 5.4%였다.
여사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최근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격 교체된 것을 두고 '방탄용'이라는 야당 공세도 거세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관철해 김건희 여사를 특검 조사실에 앉히겠다"고 경고했다.
여당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평한 것을 두고, '김정숙 특검'을 외치며 반격하고 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제2부속실 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설명하며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여야 합의로 추천해온다면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후속 조치 추진에 여전히 소극적인 기류다.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라는 질의에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사 문제는 제가 잘 모른다"며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추천을 해야 되기 때문에 국회에 공이 넘어간 상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9%로 집계됐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