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의료 정책은 모든 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핵심 의료 영역이 존중 받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은 지난 13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각 과 안에 핵심 영역이 있고 보완 영역이 있는 것이지 필수·비필수의료는 없다"며. "숟가락도 못 들 정도로 아픈 피부질환은 피부과라 비필수, 어린이 콧물 증상은 소아과라 필수 의료냐"고 반문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개념과 범위부터 확립해야 필수 의료의 문제점도, 해결책도 진단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의료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의료를 어느 범위까지 제공할 건 지 불분명하다. 그러면서 무슨 '필수의료패키지'를 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하나."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 출신인 이 당선인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비판적이다.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증원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의사들을 악마화해 '밥그릇 싸움'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필수의료 패키지'를 하는데 필수과 의사들이 왜 제일 먼저 떠나겠느냐. 2000명 증원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근거가 명확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지속발전 가능한 모델이라면 제가 나서서 전공의들 설득하겠다."
"의료대란 때문에 부름을 받았다"는 이 당선인이 22대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응급의료법 개정 등 의료 현실과 법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이 의료 소송 위험을 높인 탓에 떠나는 동료들, 문 닫는 응급실을 지켜봐야 했던 그다. 이 당선인은 "예전엔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을 조율하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가 있었는데 119로 개편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며 "응급의료법 개정을 위해선 응급의료 이송 체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
정치인의 언행, 도덕적 기준 등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아니다.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에 발생할 부작용까지 예측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의료계가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헸는데.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도록 의료계가 제대로 논의할 시간이나 있었나. 증원에 대해선 의대 교수, 의대생, 개원의, 봉직의 등의 입장이 다 다르다. 환자 한 명을 치료해도 여러 선택지와 부작용을 따진다. 하물며 의료 개혁이다. 최소 20~30년 간 영향을 끼칠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길이다.
보도된 일본 사례를 보면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2명 중 16명이 의사 출신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40여차례 회의를 통해 논의했다. 회의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한국 정부와 달리 회의록과 참고자료도 홈페이지에 다 공개한다. 지금 정부는 2월 필수의료패키지를 내놓고 일주일 쯤 후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빌어붙였다.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등 국정 운영 전반이 이런 식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지 않았다. 의정갈등이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17일 이후 추가 질의)
의대 증원은커녕 정원을 줄인대도 이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다. 특히 필수과는 돈 만으로 돌아가는 영역이 아니다. '필수의료 패키지'를 한다는데 필수과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사람 살리는 희열을 맛본 의사들이 자신의 일에 사명감, 자부심, 명예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필수과가 유지된다. 책 잡히지 않고 적자 안 날 정도로 진료하는 시스템으론 필수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 의사들이 돈만 생각한다면 필수과 안 하는 게 100배 낫다.
-어떻게 해야 하나.
증원 원점 재논의 말고는 답이 없겠지만 정부가 전향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힘든 상황인 건 알지만 의료계라도 미래 청사진을 빨리 그려 통일된 안을 정부에 먼저 제시해야 할 것 같다.
-필수과 기피현상 해결,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여기가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센터다'라고 할 만한 곳을 거점에 세우고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 이를테면 기피과이자 필수과인 흉부외과 등이 24시간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제대로 된 보상,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병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적자·법적 책임 생각 않고 용기있게 진료할 수 있는, 연구 중심 병원이 돼야 한다. 이런 곳이 생기면 주변 지역에 없어졌던 응급실부터 살아난다. 중증 환자는 그리로 바로 이송하면 되니까. 중부, 영남, 호남 세 군데면 충분하다. 전 국민에 25만원 씩 줄 돈이면 하고도 남는다.
-개혁신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국민들이 개혁신당에 바라는 정치와 당선인에게 바라는 역할은 무엇인가.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이념보다는 가장 정책 지향적인 분들이다. 조금 듣기 싫은 소리여도 더 발전적인,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토론도 활발하다. 정파적 관점에서 보면 '너네 당은 왜 이 말도 나오고 저 말도 나오냐'고 할 수 있는데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가 정치에 입문한 건 사실상 '의료 대란' 때문이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한 분야에 10년 넘게 있었기에 다른 영역 전문가들이 느끼는 현장의 어려움을 훨씬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의학교육 1년 공백은 예과 1학년부터 전공의 4년차까지 10년, 한 세대 의료 공백을 야기한다. 이공계 한 해 예산 삭감이 한 세대에 끼칠 영향 등을 비슷한 얼개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의료 분야 전문가로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설득하는 역할 뿐 아니라 가능하면 의료를 넘어선 영역으로도 확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