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어의추' 믿었는데, 정적 흐른 투표장…"수박들 두고 보자" 탈당 인증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단 후보를 뽑았지? 5선의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다들 놀랐다며?
-국회의장으로는 6선의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이 유력해 보였기 때문이야.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지난 주말 사퇴하면서 추 당선인에게 '명심'(이재명 대표의 마음)이 쏠렸다고 모두들 해석했어. 민주당 지지자나 권리당원들 사이에서도 추 당선인이 의장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아서 '헌정사상 첫 여성의장'이 탄생할 거라고 많이들 예상했거든.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도 나왔었잖아. 당에선 '추미애 대세론'이 일었으니까 다들 놀란 것 같아.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이 "기호 4번(우 의원)이 재적 과반수 이상 득표했기에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당선됐음을 알린다"라고 발표했을 때 투표장에선 잠깐 정적이 흐르기도 했어. 추 당선인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도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아. 당황한 기색이 보였어.
-비공개 투표이기 때문에 당에선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표 차이가 크게 나진 않았다고 하네. 몇 표차로 결과가 나온 거라는 소리도 있고. 이번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추 당선인이 내세운 '선명성'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조 의원이나 정 의원이 사퇴가 인위적 교통 정리처럼 보여 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던 것 같아. 또 이 대표의 대권가도를 생각했을 때 추 당선인이 그간 보여왔던 '강성' 이미지가 도움이 안 될 것으로 판단해서 친명계 표심이 막판에 우 의원 쪽으로 쏠렸다는 해석도 있어.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추 당선인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해. 우 의원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좋았다는 의견도 있고.
-우 의원의 당선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는 비판도 나와. 이들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 때문에 '검수완박' 입법이 누더기가 됐고, '합의'를 중시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때문에 민주당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려웠다고 보고 있거든. 그래서 22대 국회에선 추 당선인 같은 강한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하는 데 비교적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 의원이 선출되다 보니 화가 난거지. 분노에 찬 권리당원들은 민주당 당원게시판 '블루웨이브'에 "당원들의 효능감은 개나 줘버렸다" "(투표)명단 공개하고 우원식은 사퇴하라" "당내에 하나회가 있다" "수박들은 각성해라, 수박들 두고 보자" 등의 날 선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해. 또 일부 권리당원들은 탈당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어.
-우 의원이 '조용한 강자'라는 평도 나오는데 말이지. 오히려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 입장으로선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나오거든. 당대표 직속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서 이 대표와의 사이도 가깝다고 해. 선출 직후에도 우 의원은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 국민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향상할 때 가치 있는 일이다. 국회의장은 단순 사회자가 아니다. 국민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의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기계적 중립'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견을 밝혔거든. 자신이 밀던 후보가 안 되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우 의원은 내달 3일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여. 아무튼 우 의원이 향후 어떤 국회의장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
◆'의장 후보 사퇴 후 을지로委에 나타난 정성호...우원식에 힘 싣기?
-민주당 의장 경선에 관한 얘기를 이어가보자고. 애초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이 추 당선인에게 확고하게 있던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던데.
-'명심이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말은 의장 경선에 출마했던 친명계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사퇴하면서 나왔어. 조 의원은 사퇴하면서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지. 추 당선인도 이 대표가 격려의 말을 했다고 전했고. 또 추 당선인이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기도 했지.
-그런데 정 의원은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어. 이후 지난 14일 열린 을지로위원회의 공부 모임에 정 의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어. 을지로위원회는 우 의원이 초대 위원장을 지낸 당내 모임이야. 우 의원도 후보 선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이 을지로위원회 공부 모임에 나와 해명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어. 이 대표가 자신에게도 '형님이라면 잘할 것'이라고 격려했었다는 말도 했고 말이야.
-정 의원은 '친명 좌장'이라고 불리잖아. 때문에 당 일각에선 우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가 분명하게 추 당선인을 밀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말도 나오더라고. 하긴 우 의원도 이 대표의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는 등 친명계로 분류되잖아. 이 대표로서는 우 의원이나 추 당선인이나 누가 국회의장이 됐든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
-이 대표는 경선일 직전까지 입원 치료차 휴가이기도 했어. 그냥 쉬었다더라고.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가 체면을 구긴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더라고. 그렇지 않아도 박 원내대표가 교통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거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까지 당대표의 의중이 반영되는 게 맞냐고 말이야. 이제 3선이 된 박 원내대표가 5·6선 의원들의 사퇴를 설득했다는 점에도 반감이 컸을 것 같아.
-특히 다선 의원들은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가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된 데 대해서도 '170명이 넘는 당의 모습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지. 명심은 대체 뭐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야.
◆"반일몰이" vs "그 '반일' 더 자주"…조국 대표 독도 방문 갑론을박
-지난 13일 독도를 방문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일본 정부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과 '라인사태' 개입, 윤석열 정부의 대일굴욕외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지. 이후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잖아.
-맞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야당의 대표들이 라인야후 사태를 반일선동의 소재로 삼는 자극적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어.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17일 페이스북에 "잘못된 일본 정부의 조치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하지만 야권 대응은 많이 오버스럽고 너무 감정적"이라며 "이 문제로 독도까지 갈 일이냐"고 썼어.
-조국혁신당 반응은 어때?
-17일 조 대표의 독도 방문을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하는 논평이 나왔어.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해당 기사에선 '라인야후 사태에서 일본 정부의 잘못은 명백하다'거나 '한국 기업이 타국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그게 동맹국이라 해도 즉각 항의해야 옳았다'고 지적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조 대표 혹은 일부 정치인이 하면 반일 프레임이 되느냐"고 꼬집었어. 김 대변인은 독도 방문 일정이 라인야후 사태가 터지기 전인 약 한 달 전에 확정됐다고 언급하면서 "국토수호 의지를 다지는 행위가 반일이라면 조국혁신당은 앞으로도 그 '반일' 자주 하겠다"고 받아쳤어.
-'주요 당직자 독도 방문은 한 달 전에 확정됐다'는 점에선 양 원내대표 말에 대한 반박이 되겠네. 라인사태 때문에 독도에 간 건 아니란 말이니까. 사실 정치인들의 독도 방문은 늘 외교적 반발과 함께 논란을 몰고 왔어. 원내 12석, 제3당 대표라는 무게감만큼 더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지. 때문에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내린 법적 근거도 없는 행정지도에 우리 정부 대응을 '독도 간 김에' 촉구한 걸 단순 반일몰이만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고. 정부는 그간 소극적 태도였다면 앞으론 적극 개입해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이야.
-다만 라인사태와 무관하게 '독도를 꼭 방문했어야 했느냐'를 보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봐. 한국이 실효지배하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는 건 일본 정부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거든. 국내정치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거야. '2년만에 식민지가 된 것 같다'느니 '을사오적 같은 매국노'니 자극적 표현으로 공세적 메시지만 내놓은 것도 아쉬워. 여야가 힘을 합쳐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생산적 대책을 논의해 줄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