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제22대 국회 개원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야는 핵심 상임위원회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국민의힘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 구성을 둘러싼 극한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각 위원장을 벼르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 온 운영위원장과 법안 자구·체계 심사권을 갖는 법사위원장을 갖겠다고 예고해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취임 일성으로 법사위·운영위를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도 행정부를 적절히 견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 관례상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게 통상적이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인 추미애 민주당 당선인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민은 신속하게 민생을 회복해 주고, 정부가 민생에 너무나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것을 견제하고 대안을 찾아달라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압도적 제1당으로서의 민주당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원 구성을 해야 하고, 반드시 입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관문인 법사위와 운영위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핵심 상임위를 독점한다면 향후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거대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의석수로 밀어붙여 날치기 강행한 법안이 수두룩하다"며 "또다시 22대 국회에서도 알짜 상임위를 가져가 입법 독주하겠다는 심산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느니, 책임 정치를 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자신들이 확보해야 한다는 등 의회 독재를 강화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며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벌였던 상임위원장 독식,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온갖 반헌법적 폭주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을 고려하면 22대 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 예상되지만 정부 예산안과 추경예산을 다루는 예결위를 비롯한 노른자 상임위 사수를 위한 여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는 야권이 대통령실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여당도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당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법사위원장 등 배분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인 결과였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지 않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를 독점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의회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고 과거 상임위 독점 사태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는 이유로 실현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