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171석 압승을 거뒀지만 선거 이후 몇몇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심판론에 힘입어 승리한 것일 뿐 민주당을 향한 호감도는 크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전략을 잘못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강성 지지층 일부가 조국혁신당 쪽으로 이동했고, 전체적 구도로 보면 야권 지지층의 '파이'는 더욱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총선 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7~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34%였고, 민주당은 30%였다. 총선 직후 실시된 4월 3주차 조사에선 민주당이 31%, 국민의힘이 30%였으나 4월 4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3%, 민주당은 29%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각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응답률 14.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31%였고, 민주당은 29%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4월 3주차 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32% 동률이었다. 갤럽과 NBS 두 조사 모두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다.
◆정권심판론에 힘입은 민주당 약진
오차범위 내지만 두 조사에서 모두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108석과 171석이라는 의석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수치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의석수를 정당지지도로 단순 치환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다득표자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상 의석수 차가 민의를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은 50.5%였고, 국민의힘은 45.1%였다. 5.4%P의 격차였지만 의석수는 161석과 90석으로 1.8배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다수의 격전지에서 정권심판론을 발판 삼은 민주당이 근소 우세를 보이면서 의석을 확보한 것이지, 민주당이 정당지지도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정권 심판 정서에 따라 민주당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을 선거 이후 고정 지지층으로 흡수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분석한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 정치가 확고화되면서 거대 양당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너무 잘해서 투표한 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밉고,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민주당을 찍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 시스템 속에서 특정 정당이 과반 가까운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진영정치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50%를 얻긴 어렵다. 또 아무리 못하더라도 30% 이하로 떨어지기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30%는 확보한다. 20~30%의 득표로 결정 나는 것이 아니라 5~7%의 싸움이다. 그래서 (선거를 치르더라도) 양당이 비슷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도 있지만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30% 정도의 확실한 지지층이 양당에 고정돼 있는데 이런 분들이 지역구 선거에선 정권심판론 떄문에 민주당을 지지했다. 민주당이 격전지에서 근소하게 이긴 지역이 많다"며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선거 이후엔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했더라도) 40%로까지 확장되는 정치를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약진 고려해 다 같이 봐야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연계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민주당의 기존 강성지지층이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했기에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합쳐서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합친 보수정당 지지층에 비해 민주당, 조국혁신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 지지층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갤럽 5월 2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34%, 민주당 30%였고, 이어 조국혁신당 11%, 개혁신당 5% 순이었다. 4월 4주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3%,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3%, 개혁신당 3%였다.
NBS 조사를 살펴보면 5월 1주차 조사에선 국민의힘 31%,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4%였다. 4월 3주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2%, 조국혁신당 13%, 개혁신당 4%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치면 40%대고, 개혁신당과 국민의힘도 비슷하다. 4개의 정당을 합쳐서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지지층을 뺏길 정도로 기대를 충족 못시키고 있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조국혁신당이 빠져나간 걸 보면 6대 4 정도로 민주 계열 지지층이 앞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총선 결과도 그대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층이 겹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두 정당은 연합이라는 고리를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하므로 플러스를 시켜서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지지층을 단순히 하나로 규정하긴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조 교수는 "조국혁신당이 생기기 이전에도, 대통령이 못하거나 여당이 못하더라도 민주당이 정당 지지도에서 앞선 적이 없었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도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가 만든 지금의 민주당과 예전의 민주당은 다르다는 걸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맹점도 짚어봐야
여론조사가 정확한 민의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총선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의 3월 4주차 조사에선 국민의힘이 37%였고, 민주당은 29%,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3%였다. NBS의 4월 1주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39%인 반면 민주당은 29%, 조국혁신당은 10%, 개혁신당 2% 순이었다. 실제 선거 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또 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상승한 점은 짚어볼 부분이다.
갤럽은 정당지지도를 총선 의석수로 가늠하긴 어렵다고 거듭 지적해 왔다. 이들은 "정당별 의석수와 득표율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듯 정당지지도 역시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정당지지도는 현시점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태도다.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려면 현재 지지 정당이 아닌 선거를 전제로 물어야 한다"며 "각 지역구 구도와 후보 경쟁력에 좌우되는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투표 행동과 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화면접과 자동응답(ARS)이라는 조사 방식, 보수층과 진보층의 표본수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얼미터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9일부터 이틀간 실시해 13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응답률 2.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0.6%인 반면 국민의힘은 32.9%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조국혁신당은 12.5%였고, 개혁신당은 4.1%다.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36.1%에서 4.5%P가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32.1%에서 0.8%P가 올랐다. 이 조사는 갤럽과 NBS와 달리 무선 97%, 유선 3% RDD 기반 임의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계음인 ARS 방식에선 응답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지지 성향을 표출할 수 있지만 조사원과 대화를 해야 하는 전화조사 방식에선 성향을 직접적으로 밝히길 꺼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이같은 점을 짚으며 "계속 추세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