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민의힘 비대위에 비수도권의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대거 포진되면서, 당내에서는 총선 참패를 돌아볼 혁신과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비대위는 차기 당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까지 활동할 예정으로, 이 구성대로라면 비대위 최대 과제인 '당원 투표 100%' 전대룰' 개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당은 "골고루 지역을 안배했다"는 설명이지만, 당이 가진 고질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황우여 비대위는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7인 체제로 정식 출범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대위 회의를 열고 "지역과 청년, 장년층을 아우르고 원내외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며 "하루 빨리 이 당이 환골탈태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새 당대표를 선출해서 국민들께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지명직 비대위원에 재선에 성공한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엄태영 의원(충북 제천·단양)과 김용태 당선인(경기 포천·가평)을 내정했다. 서울 강동갑에서 낙선한 전주혜(비례) 의원도 비대위에 합류했다. 또 당연직 비대위원인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은 각각 3선에 성공한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과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이 내정됐다. 정책위의장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당연직 비대위원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현재 시급한 현안인 민생 안정을 위한 '일하는 비대위'를 구성하고자 했다"며 "수도권, 충청, 강원 등 국민의힘이 귀를 기울여야 할 지역 출신으로 인사들을 구성했다. 지역 안배가 골고루 됐다는 점을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친윤계 인사가 비대위 전면에 포진되면서 중도 민심과 먼 '친윤 일색' 인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명직 비대위원 4명 중 3명은 친윤계(유상범·엄태영·전주혜)로 분류되면서다.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정 의원도 친윤 색채가 짙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는 혁신형 인선을 해야 한다"며 "총선 패배를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또 총선 참패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크게 쓰임받을 분들 그런 분들이 들어가야 혁신 인사라고 제가 명명을 해드릴 수 있는데, 인선을 보니까 좀 아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대위 구성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전대 룰 변경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대룰에 따르면, '당원 100%'로 당대표를 뽑는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진석 비대위'의 "당대표는 당원들의 뜻에 따라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기존 '당원 70% 대 민심 30%' 룰을 당원 100%로 개정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인해 민심 반영 비율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비윤계는 민심 반영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친윤계는 현행 룰 유지를 주장 중이다. 그런 가운데, 비대위에 내정된 전 의원과 정 정책위의장은 전대 룰을 바꿨던 정진석 비대위 출신으로 현행 룰 유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전대룰 논란은 자연스레 전대 개최 시점과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전대 개최 시점은 6말7초(6월말 7월초)가 유력했지만, 황 위원장은 "차분히 논의하고 필요한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며 한달가량 연기를 시사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 심리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조기전대를 미룰 수록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이 옅어지는데, 한 전 위원장 등판에 힘을 실어주려는 명백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선대로 라면 조기전대로 치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