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조채원 기자]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출입기자단이 윤 대통령 관련 의혹과 그간 국정운영에 대해 충분히 묻지 못했고, 질문이 나왔더라도 윤 대통령 답변이 핵심을 비켜갔다는 점에서다. 진보 성향, 인터넷 언론, 지역지에 질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 '질문자 선정 논란'도 일었다. 기자들 질문이 대체로 평이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외신기자는 "누구도 한국 언론의 자유가 쇠퇴한 이유와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관련 질문을 윤 대통령에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여야의 반응도 엇갈렸다. 그 중에서도 '사자성어' 평가가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 "허심탄회"라며 긍정 평가했지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SNS에 "마이동풍, 동문서답, 오불관언"이라고 혹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입원 치료를 위해 휴가를 내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의 입원 치료는 지난해 9월 단식농성 이후, 지난 1월 흉기피습 이후 세 번째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정확한 병명을 알리지 않고 '간단한 수술'이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는 16일 복귀 예정인 이 대표는 병상에서 1년 5개월 만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尹 대통령의 취임 2주년 72분 기자회견…"너무 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처음인 데다 총선 참패 직후라 출입기자들도 여느 때보다 기대가 컸어. 윤 대통령은 '쇄신'하겠다며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고, 참모들에게 "뻔한 질문들보다 국민이 정말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들 위주로 준비하자"고 당부까지 했기 때문이야.
-기자도 기자회견장에 있었어?
-당연하지. 회견은 취임 100일 때처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렸어. 이곳은 이전 정부 회견장이었던 청와대 영빈관보다는 확실히 좁아. 대통령실 출입 내외신 기자 150여 명만 참석할 수 있었는데, 방송 카메라 앞쪽 자리는 90석 정도였던 것 같아.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모두 눈에 잘 띄는 앞자리에 서로 앉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야. 아쉽게도 공간 제약 때문에 자리 선정을 해야 했어.
-자리는 어떻게 정한 건데?
-대통령실 기자실은 풀단이 있는 1기자실과 지역 풀단이 있는 2기자실, 풀단이 아닌 출입기자가 있는 3기자실로 나뉘어 있어. 3기자실에는 주로 인터넷매체나 신규 출입 매체들이 있어. 운좋게도 3기자실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다리 타기'로 앞자리에 앉게 됐어. 떨리는 마음으로 회견장에 들어섰는데 마련된 의자에는 방송, 신문사, 지역 등으로 표시가 돼 있었어. 매체별로 자리를 골고루 안배한 셈이었지.
-윤 대통령이 '국민 보고' 마치고 브리핑룸으로 입장하니까 기자들이 기립하고 박수를 치던데?
-'기립'은 사전에 기자단 차원에서 권고했던 거야. 기립만 할 줄 알았는데 오른쪽 앞자리에서 큰 박수가 나왔고 얼떨결에 따라서 박수치는 기자들도 있었어. 통상적으로 기자들은 취재 차 행사에 참석하면 국민의례나 기립, 박수는 하지 않잖아. 하지만 기자회견은 기자가 중심인 행사이고,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기립이나 박수도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자주 뵈는 것 같다. 자주 만나니까 좋지요"라며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오늘은 질문 충분히 받도록 하겠다"라고 했어. 분위기가 풀어주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해.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어.
-하지만 봤다시피 이후 '72분 간' 진행된 질의응답은 아쉬울 따름이야. 회견 이후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선 "왜 이 질문이 안 나왔지?" "예상 가능한 뻔한 답변만 있었다" "질문자 선정이 너무 쏠려 있다" 등의 반응이 나왔어.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들이 정말 많았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관련 가방의 행방과 법적 책임에 대한 입장,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조치 추진 여부, 지인인 함성득 교수를 통해 언론에 나온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 채해병 사건 국방부 수사 결과 관련 격노설의 진위, 의정갈등 해법, 세수 부족 대책, 일본 정부의 네이버 라인 지분 매각 요청에 대한 입장 등. 그런데 이에 대한 질문이 아예 안 나왔거나, 질문이 나왔어도 윤 대통령이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어.
-질문들도 대체로 평이했어. 이번 회견에서 질문자는 총 20명이었어.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소위 진보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했고, 지역지와 인터넷언론은 각 1명씩이었어.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외신 기자들만, 경제 분야에는 경제지 기자들 질문만 받았어. 대변인이 질문자를 직접 지명하는 방식이었는데 "골고루 안배해서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던 것과 달리 한쪽으로 쏠린 게 아닌가 아쉬움이 들었어.
-문재인 대통령 때는 역대 정부 처음으로 대통령이 질문자를 직접 지명하는 방식을 택했어. 그래서 질문권을 얻으려고 한복을 입거나 인형을 들어 올리는 기자도 있었지. 물론 당시 출입했던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더라도 사전에 일부 특정 기자를 지목할 수 있다는 암묵적 조율이 있었다고 해. 그래도 각본에 없는 기자들을 지명한 경우도 분명히 있었어.
-이번 회견에선 추가 질문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웠어.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질문을 연속으로 못하면 다음 질의자가 추가 질의로 파고들어야 했는데 각자 준비한 질문들만 하면서 '겉핥기식'이 된 것 같아. 출입기자단의 팀플레이(?)가 없었던 게 아쉬웠어.
-무난한 질문과 답변에 익숙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같아. 외신 기자가 따끔하게 한마디 했더라고. 이번 회견에 참석해 질문했던 BBC 진 맥킨지 서울 특파원은 BBC 유튜브 채널에서 후일담을 밝혔는데 "제 질문에 (윤 대통령이) 사실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어. 맥킨지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외교 정책에서 묵과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 뭔지 물었는데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사안별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반대하거나 경계할 건 하며 가급적 원만하게 잘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답변을 했지. 맥킨지 기자는 이와 함께 하고 싶었던 질문으로 '한국의 언론 자유'를 꼽았는데 이번 회견에선 관련 질문이 없었지. 오히려 외신이 '언론 자유'를 지적한다는 게 부끄럽네.
◆여야,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반응 '사자성어' 릴레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사자성어 세 개를 올렸다고.
-조 대표는 '마이동풍, 동문서답, 오불관언' 세 개의 사자성어를 올렸어.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윤 대통령 기자회견 총평으로 해석됐지.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아니하고 지나쳐 흘려버린다, 동문서답(東問西答)은 묻는 말에 대하여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대답한다, 오불관언(吾不關焉)은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른척한다는 의미야.
-세 사자성어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태도와 발언에서 비롯된 것 같아. 총선 참패 후 '국정 기조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 채해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물었는데 사망 사고와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답변 등을 혹평한 것으로 풀이돼. 4.10 총선에선 정권심판 여론이 거셌고 결국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했잖아. 그런데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듯한 윤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한 거지.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사자성어 평가'가 또 있던데.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허심탄회'라고 했어.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국민께서 궁금해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호평이야. 반면 정혜경 진보당 당선인은 SNS에 "마이동풍, 우이독경(牛耳讀經 소 귀에 경 읽기)이란 사자성어가 저절로 떠오른 기자회견이었다"고 썼어. 정 당선인은 "김건희 여사 특검과 채상병 특검 조건부 수용은커녕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고, 국민의 민생고에는 '기업규제 완화'로 답했다"며 "노동 탄압은 치적으로 포장됐다"고 비판했어.
-기자도 '사자성어' 평가에 동참한다면?
-기자회견을 보면 '총선 참패에도 대통령은 바뀐 게, 바뀔 생각이 없다'는 반응이 주인 것 같아. 기자도 공감해. 윤 대통령은 이날도 국회와 협치·소통을 강조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해병 특검법을 사실상 거부했고, 김 여사가 휩싸인 의혹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내놓지 않았지. 대통령이 말만 소통을 외칠 게 아니라 민심과 언론의 비판에 진정성 있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러 사람의 지혜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을 꼽을게.
◆ 대통령 친구라서 봐줬나?...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의혹 '징계 없음'
-갑질 의혹에 휩싸인 정재호 주중대사에 외교부는 '징계 사안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고?
-맞아. 지난 7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외교부 감사관실은 '정 대사가 부하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두 주의 환기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어. 정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있지만 신분상 조치를 취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고 해. 외교부는 지난 3월 주중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한 주재관으로부터 갑질 신고를 받고, 현지에 감사팀을 보내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거든. 그 결론이 최근에 난 거야.
-정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건 맞다는 거네?
-그렇지. 하지만 외교부는 징계 없이 구두 주의 조치만 하기로 했어. 구두 주의 조치는 인사 기록에 남지 않거든. 외교부는 해당 직원이 제기한 주중 대사관 행사에 사용된 기업 홍보 부스 비용 문제와 관련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도 불문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어. 기업에서 무료 협찬을 받은 건 청탁금지법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외교부는 업체들이 홍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부담했다고 본 거야.
-정 대사 관련 문제는 정치권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라고?
-응. 야당은 정 대사에 대한 외교부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뒷배(?)를 윤석열 대통령으로 지목하고 있어. 정 대사와 윤 대통령이 무척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에서지. 두 사람은 서울 충암고 동창이자 서울대 동문으로, 정 대사는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했어. 특히 정 대사는 지난해 4월 재외공관장 회의로 귀국했을 때 윤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난 유일한 공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은 "대통령 친구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면죄부부터 주는 외교부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어.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 대사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로 부르겠다"며 "외교부 감사 결과가 적절한지 직접 따져 묻겠다"는 입장을 냈어. 정 대사에 대한 외교부 조치는 과연 적절했던 걸까? 22대 국회 원 구성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번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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