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파낭비 재방송"…尹 기자회견, 맹탕된 이유는? 


개각 등 국정쇄신 방안 제시 無
대변인 지명방식으로 질문자 편중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국정운영 계획과 주요 현안에 대해 답했지만 야당은 "재방송이었다"고 혹평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답답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용 면에서는 국정 쇄신의 윤곽을 제시하지 못했고,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법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는 점이 이유다. 형식 면에서는 윤 대통령 특유의 추상적인 화법과 질문자 직접 지명 방식이 아니었던 점도 회견 개최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조 일관되게"...與 일각 "동문서답 답답"

야당은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며 "총선을 통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고집을 부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한민수 대변인)"고 했다. 정의당도 "국정 전환도, 최소한의 반성도 없었다"며 "책임회피로 시작하고 끝난 기자회견이었다. 실소조차 나지 않는 재방송은 전파 낭비일 뿐(김수영 선임대변인)"이라고 맹공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를 위한 각 특검법을 두고 반대 입장을 재표명하고, 국정기조 전환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약 22분 할애한 '국민보고'에서 △시장경제 기조와 건전재정 기조 정착, △민간주도 경제 성장 전환 △힘에 의한 진정한 평화 및 한미일 협력체계 구축 △노사법치주의 확립과 늘봄교육 전국 확대 등 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지난 2년간 국정운영 성과를 알렸다. 이어 "앞으로 3년, 국민의 삶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며 현 정책들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2대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냈던 지난달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때와 겹치는 내용들이 다수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새롭게 밝힌 것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정도다.

이번 기자회견은 총선 패배 이후 한 달이 지나 열렸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국정 쇄신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남은 3년 국정기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인선이나 정책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궁금하다'는 질의에 대해 윤 대통령은 "더욱 소통하는 정부, 또 민생에 관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며 '소통 강화' 기조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도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과 바꾸고 고쳐야 될 것들을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또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총선 민의를 수용해 '소통 부족' 부분은 고치되, 시장경제 기조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차기 국무총리 인선을 포함한 개각에 대해선 "각 부처의 분위기도 바꾸고, 또 더욱 소통하고, 또 민생 문제에 더욱 다가가기 위해서 내각 인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각 폭이나 인선 방향에 대해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분들을 찾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여당 내에서도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에는) 총선 참패에서 어떤 교훈을 깨달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없었다"라며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보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중요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고,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 또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 표현을 직접 썼다. 그러나 특검법 찬성이나 제2부속실 설치 및 특별감찰관 임명 등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정갈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김 여사 의혹에 尹 "사과드리고 있다"...의정갈등 해법엔 "자유민주주의적 설득"

윤 대통령은 이날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추상적인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진행형' 표현을 써 애매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것은 참모들과 사전 논의 없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관련 의혹을 "몰카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김 여사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좀 아쉬웠다"고 언급했던 것보다는 진전된 입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한 국민적 관심사인 '의정 갈등 해법'을 묻는 질의에는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은 없다. 결국은 어떤 자유민주주의적인 설득의 방식에 따라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석하는 협의체 구성에는 어떤 입장인가'라는 물음에는 "야당에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이 의료 개혁에 대해서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 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만 했다.

◆대변인이 질문자 선정...외교안보 현안 질문은 외신만

이번 회견은 2022년 취임 100일 회견 이후 631일 만으로, 그동안 '소통 갈증'을 겪었던 출입기자단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공간 제약으로 회견장에는 대통령실 출입 내외신 기자 150여 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너무 뻔한 질문들보다 국민이 정말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들 위주로 준비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질의응답 시간은 약 70분으로, 취임 100일 회견 때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당초 배정된 1시간이 지나자 사회를 맡은 김수경 대변인이 마무리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이 "한 두분만 질문을 더 받자"고 제안하면서 질의응답은 총 1시간 13분간 진행됐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당초 회견을 준비하며 방송사, 신문사, 지역 신문 등 여러 매체들을 골고루 안배해 질의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는 방송사 4곳, 경제지 4곳, 일간지 3곳, 통신사 2곳, 지역지 1곳, 인터넷언론 1곳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보수 성향 매체 중심으로 질문자가 선정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로이터통신 AFP, 닛케이신문 BBC 등 외신만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날 회견에서 영수회담 비선 논란이나 일본 정부의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청 등 현안 관련 질의가 나오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질문자 선정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는 4차례 기자회견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지명 방식으로 회견을 진행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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