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전반과 현안에 대해 답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도입 요구에 대해선 재차 반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도 냉랭한 기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자 일정을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나 친인척 리스크를 관리할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두 달 넘게 지속되는 의정갈등을 풀어낼 로드맵도 나오지 않았다.
◆배우자 논란 사과했지만 "정치 공세" 입장 여전...후속 조치 언급 無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2월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밝혔던 입장보다는 진전됐다는 평가다.
다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선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최근 검찰은 김 여사 관련 사건에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금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앞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 여사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도입에 대해선 다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은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건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번 재의요구했던 특검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수사)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라며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정치공세, 정치행위 아닌가.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김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발표하며 강조했던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해 연말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5개월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사의 활동 재개를 위해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당 일각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국방부 질책해...수사 결과 납득 안 되면 먼저 특검 주장"
윤 대통령은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수사와 사법절차를 먼저 지켜보자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2일까지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서 진상규명이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것이 검찰로 송치돼 2차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될 사람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수사 담당 관계자들이나 향후 재판 담당 관계자들 모두, 저나 우리 국민과 같이 채상병 가족들과 똑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 하겠는가. 수사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 사법기관에 넘어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인데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은 봐주고 책임없는 약한 사람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라고 부실 수사 우려를 일축했다.
이와 함께 "그걸(수사 결과를) 보고 만약 국민들께서 '이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수사 결과 추이를 보겠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사실상 특검법을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의에 대해선 '순직 사고 발생을 질책했다'는 취지로 동문서답했다. 윤 대통령은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을 했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진행해 이런 인명사고를 나게 하느냐.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라고 했다.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서는 출국금지 상태임을 몰랐고,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적합한 인사였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는 인사 검증을 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다. 보안 사항이고, 유출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이종섭 전 장관은 재직 중 방산 수출 노력 많이 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기존 호주대사가 작년 12월 말 정년퇴임 예정이라 이 전 장관을 지명해서 외교부 검증과 세평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수처에서)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져 소환한다든지 조사가 진행된다면 사법리스크를 검토해서 인사 발령을 낼 때 제고할 수 있지만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공직 인사를 하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출금을 계속 연장하면서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저도 어렵다"며 공수처에 책임을 돌렸다.
◆"개각 필요...정국 국면 돌파용 아냐"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 내각 인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기 국무총리 포함해 개각 인선 시기는 언제가 될지, 개각 폭이나 콘셉트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제가 너무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각을 정국 국면 돌파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이야기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각이 필요하다"면서 "2년간 정부 출범 이후 장관직을 맡은 분들이라든지, 한번 각 부처의 분위기도 바꾸고 더욱 소통하고 민생 문제에 더욱 다가가기 위해서 내각 인선도 지금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며 "후보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해서 면밀하게 다 검토를 해서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서 인사하겠다"고 했다.
여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의 일환으로 전향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타적 인사, 정실 인사, 비선 인사로 인재풀을 스스로 위축시켜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을 왜소화시키고, 국정과제 추진과정에 부실과 무능력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도 냉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며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개방적 인사를 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설에 대해선 솔직하게 답했다. 한 전 위원장에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윤재옥 원내대표와 한 전 위원장 이렇게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에서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다"며 "정치인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이)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과의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한 전 위원장과)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연금개혁안 임기 내 확정 노력...의료개혁 뚜벅뚜벅"
윤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인 연금개혁, '의대 증원' 쟁점으로 막힌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의정갈등을 풀 복안이 있나'라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제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면 우리 정부 당국이 지난 30여 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겠나. 그런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결국 자유민주주의적인 설득의 방식에 따라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강제적 조치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1년 넘도록 진행해 오는 동안에 한 번도 (의료계로부터)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야당에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대해서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 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선 합의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공약에서 한발 나아가 임기 내에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제가 정부를 맡게 되면 제 임기 내에 국회가 거기서 고르기만 하면 될 정도의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약속을 드렸고 작년 10월 말에 그 공약을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정부는 연금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안이 아닌, 조사 연구안 마련을 1차 목표로 뒀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월 정부가 전달한 연금종합운영계획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이 빠져 있었다. 이후 공을 넘겨받은 여야는 연금개혁에 합의하지 못했고,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제출한)자료에 터잡아서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정부도 여기에 더 협조해서 제 임기 내에 앞으로 백년대계인 연금개혁안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공약을 넘어서 이것을 임기 내에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서 반드시 해야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서 조금 더 충실하게 논의하자"며 "국민들이 연금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해서 조금 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제 임기 안에는 이것이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키로...비선 논란 등 현안 질의 안 나와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하고,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는 우리가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거의 국가비상사태"라며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아주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에게) 사회부총리를 맡겨서 실효성있는 정책들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저출생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경제사회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의 문화를 바꿔 나가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해서 추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영수회담 비선 논란, 민정수석실 역할, 일본 정부의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에 대한 입장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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