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으로 미뤄왔던 치료를 받기 위해 9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다. 잠시 당무를 접어두고 총선 압승 이후의 정국 구상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휴가를 기점으로 당대표직 연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전망이 나온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9~15일까지 휴가를 냈다. 민주당 공보국은 "총선으로 하지 못하고 미뤄온 치료를 받기 위해 휴가를 갖는다. 16일부터 정상적인 당 대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술 여부나 병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초 피습과는 무관한 치료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총선 기간 이 대표는 전국으로 지원유세를 다니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잘 치료받고 오겠다. 잠깐 입원하고, 제가 근 3년 동안 거의 쉬지를 못해서 좀 쉬어야겠다"라고 말했다.
171석 거대 의석수를 눈앞에 둔 만큼 이 대표는 향후 정국에 대한 로드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각종 특검법 대응부터 상임위원회 원 구성 등도 이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지만, 당내 최대 관심사는 대표직 연임 여부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 치러진다. 휴가 복귀 이후부터 국회의장 선출, 22대 개원 등 국회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것으로 보여 이 대표는 쉬는 동안 당권 재도전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총선 전까지는 연임에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선거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선거 이후로 많이 바뀌었다. 연임은 확실해 보인다"라며 "이재명 체제가 아니면 대안도 딱히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던 의원들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한 반면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하면서 당권 재도전에 반대 목소리는 없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원내지도부 역시 친명계 색채가 짙어진 점도 이 대표 연임설에 무게를 더한다. 당의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에는 3선의 김윤덕 의원을,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김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대표의 열린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은 친명계 의원이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졌다. 원내대표에는 친명계 3선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로 선출됐고, 원내수석부대표에 김용민·박성준 의원,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정진욱 광주 동남갑 당선인이 임명되는 등 친명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다.
몇몇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주변 측근들에게 당 대표 연임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표가 (최근 대표직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홍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연임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2027년 대선에 나서기 위해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해 6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재명 1인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OBS뉴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연임으로 소위 말해 민주당의 특수성, 다양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었던 정당 모습이 실종되는 최초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황스럽긴 하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