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부활' 초읽기…제2부속실·특별감찰관은? 


취임 이후 '친인척 비리 감시 기능' 부재 
김 여사 잠행 5개월째…與 내부서도 "제2부속실 설치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정무수석실을 개편하는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29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으로 들어오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 중인 대통령실 조직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민심 청취와 공직기강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민정수석실 신설과 정무수석실 개편 등이 유력하다. 대통령실 배우자를 보좌하고 친인척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제3기 대통령실' 직제 개편안 구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켜 현재 있는 공직기강·법률비서관과, 신설한 '민정비서관'을 산하에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또 정무 1·2 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통합하고 현 국정상황실을 시민안전비서관실로 이름을 바꿔 정무수석실 아래에 두는 정무수석실 개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역대 정부에서는 검찰·경찰 등 사정(司正)기관 컨트롤타워, 공직 기강, 인사 검증, 민심 수렴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곳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사정기관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었다. 이후 민심을 제때 제대로 전달하는 기능이 약했다는 22대 총선 패인 분석에 따라 민정수석실 부활을 대통령실 직제 개편의 중심에 두고 추진 중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정책이 현장에서 이루어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민정 기능 보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은 민정수석실 신설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각종 특검법과 대통령실 대상 고발 건에 대응, 견제하기 위한 조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김주현(62·사법연수원 18기) 전 대검찰청 차장이 유력 검토되는 것 역시 '민심 청취' 목적과는 동떨어진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사정기관 출신을 임명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의 검찰 장악력 약화와 가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대응을 위한 조직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라며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 장악력을 지키고, 가족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윤 대통령의 뻔한 저의에 더 이상 속을 국민은 없다(한민수 대변인)"고 했다.

민정수석실 신설과 달리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는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공무원 등에 대한 비리를 막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2014년 도입됐지만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 5개월 만에 사직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선 내내 공석이었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측은 특별감찰관제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취임 초반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에 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 폐지.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과 달라졌다"고 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대통령실 내 사정기관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어져 검찰과 경찰이 독립적으로 대통령 측근을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기에 특별감찰관제가 필요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은 하루 만에 '특별감찰관제 폐지'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정정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추천이 먼저'라는 이유로 특별감찰관 임명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사실상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비위를 예방, 감시하는 기능은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부재한 셈이다. 지난 총선 정국을 강타했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로 분석된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등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시하는 대통령실 내 기능도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3년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제2부속실 설치 논의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저희가 (제2부속실 설치를)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 여론의 대응책 중 하나로 내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실 내에선 제2부속실 추진을 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김 여사의 잠행도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루마니아, 앙골라 대통령 내외가 공식 방한했을 때도 김 여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조차 순방 등 공식 외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김 여사가 활동을 재개해야 하고, 제2부속실 설치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제2부속실 신설해야 한다"며 "당연히 대통령 부인이 대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된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몇 개월 동안 공개적인 활동은 안 했는데 공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해 낮은 곳을 찾아가서 구석진 곳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또 앞으로 (대통령 배우자로서) 외국 정상들하고의 교류가 곧 생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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