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만난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첫 영수회담이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에 만남을 제안한 이후 의제 조율 문제로 난항을 겪던 영수회담이 팽팽한 기 싸움 끝에 열리게 됐다. 4·10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윤 대통령의 태도도 바뀐 모습이다. 이번 주, 이례적으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인사를 직접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거도 관심사다. 여당에서는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친명' 박찬대 전 최고위원이 차기 원내대표에 단독 입후보했다.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다. 양당은 다음 달 3일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할 예정이다. 21대·22대 국회 '교체기'에 접어들면서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의 구직이 활발하다. 특히 당선자와 낙선자의 운명과 같이 보좌직원의 희비도 갈렸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일본 여야 의원들이 지난 23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데 대해 야권은 강력 규탄했다.
◆첫 영수회담 날짜·방식 확정…의제 걷어치운 李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오는 29일 오후 2시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됐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일주일만이야. 애초 이번 주로 예상됐던 것보다 조금 지연되긴 했지만 엄청 밀리진 않았네.
-이 대표가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제 조율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후 영수회담이 급물살을 탔어. 곧장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이 실무 회동에 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합의했어. 이 대표가 사전 의제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가급적 빠르게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 지지부진했던 영수회담의 개최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많아.
-이번 회담 때 대통령실 측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한다고 해. 민주당 측에선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김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할 예정이야.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의제 설정 없이 만나자고 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더라고. 윤 대통령이 먼저 만남을 제안한 만큼 이 대표가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어. 그동안 민주당이 여러 의제를 제시하며 압박하는 모습이었는데,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거든. 또한 민주당은 민생을 살리기 위한 소통을 요구해 왔는데, 많은 의제를 올리려는 시도 탓에 진짜 목적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어.
-어쨌든 이번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게 됐어.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굳이 사전에 의제를 선정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더라고. 실제 천 비서실장은 '김건희 특검법을 다룰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실무협상 과정에서 언급했다"고 말했어. 영수회담에 국민의 눈길이 쏠리는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보자고.
◆보폭 넓히는 이철규...거리 두는 나경원?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야. 그런데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지.
-차기 원내대표 선거 때문인 것 같아. 이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해. 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총선 때는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지냈기에 차기 원내대표 레이스에서도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야.
-최근 이 의원의 행보는 어때?
-이 의원은 최근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독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어. 총선이 끝난 뒤엔 자신이 영입한 인재들을 만났어. 당선된 인사들을 비롯해 낙선·낙천한 인사들과도 조찬모임을 가졌지. 이 의원 측 인사는 "총선 끝나고 인사와 격려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했지만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몸풀기'라는 해석이 나와.
-비대위원장이 뚜렷한 윤곽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야. '이철규 원내대표'와 합을 맞출 수 있는 당대표가 누가 될지 궁금한데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이 거론되고 있다며?
-응. 나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에서 정권심판론을 뚫고 당선됐지. 수도권 대표주자, 5선 고지에 오른 중진, 게다가 지난 전당대회 때 대통령실로부터 탄압받은 비윤계라는 점 등에서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어.
-이 의원이 친윤계 핵심이라는 점에서 나 당선인은 '친윤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방패로 보는 시각이 있어. 정치권에서는 '나이연대(나경원·이철규 연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의 '김장연대'가 떠올라.
-그래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 윤석열 대통령, 수직적인 당정관계 등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이런 지도부가 총선 패배 후에도 민심을 모른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야.
-정작 나 당선인은 곤란해하는 것 같아. 지난 25일 CBS 라디오에서 "연대니, 이런 부분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며 선을 그었어. 나 당선인이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야.
◆성인 페스티벌 향한 개혁신당의 진심?
-개혁신당이 요즘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있다던데?
-바로 '성인 페스티벌'이야. 일본 성인영화(AV) 배우들이 출연하는 행사인데 선정성 문제로 논란이 됐지. 당초 행사는 20~21일 이틀간 경기 수원의 한 민간 전시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대관이 취소되면서 파주로 장소를 옮겼어. 그런데 파주시도 강력 반발하면서 서울 잠원한강공원 한 선상주점에서 열려 했지만 서울시가 또 개최를 금지했어. 이에 주최 측은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점으로 장소를 옮긴다고 공지했는데 이번엔 강남구가 행정처분을 예고했지. AV 배우 소속사가 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행사는 잠정 취소됐어.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서울시와 강남구는 성인 페스티벌 금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라고 밝혔어. 그는 "성인이 성인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 또는 페스티벌 형태의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다가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지자체의 무리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지. 행사가 취소된 것도 일종의 성별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지. 이어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제한하고, 남성의 본능을 악마화하는 사회는 전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했어.
-천 당선인의 발언에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게 남성의 권리냐"라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어. 천 당선인의 정치적 동지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지역구 동탄에서 행사를 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 이재준 수원시장도 페이스북에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AV 제작과 유통이 엄연한 불법으로 성 착취와 비인격화, 성 상품화 등의 심각성은 모르쇠하고 대중화에 앞장서는 것이 과연 선행될 일인지"라고 물었어.
-이에 천 당선인은 또다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권력에 의한 자유 침해, 사전검열의 확대가 걱정된다. AV 제작과 유통이 불법이라고 했는데 AV 배우의 등장, 활동 자체도 불법이냐"라며 "어떻게 성인이 성인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법률상 금지되지 않은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사전검열하고 원천 봉쇄할 수 있냐"라고 반박했어. 지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김경일 파주시장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지. 천 당선인은 "성인 페스티벌에서 AV를 제작한다든지 하는 행위를 금지해야지, 어떤 사람의 존재만으로 금지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어.
-행사를 향한 천 당선인의 진심이 느껴지는데. 주최 측 입장도 나왔다지?
-맞아. 플레이조커의 이희태 대표이사는 여성신문과 인터뷰에서 "천 당선인의 발언에 고마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성인 페스티벌에 정치적 의견이 개입되거나 정치색이 비쳐서 좋을 것이 없다. 정치적 의도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찬성 이유를 발언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그러지 않았다"라고 밝혔어. 이어 "누구든 우리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지만, 다들 이 행사를 이용하려고만 한다"라고 말했지. 천 당선인과 개혁신당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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