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후보군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내대표 주자로 '찐윤' 이철규 의원이 주목받으면서 수도권 중진이자 비윤으로도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후보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이건 좀 아닌데"라며 연대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이 앞으로 어떻게 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라며 당대표직에 대한 의지를 조금 내비치기도 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달 3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한다. 조만간 윤 권한대행은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하고, 지명된 위원장은 조속히 당대표 선출을 준비한다. 이어 이르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선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호흡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일대오로 야당의 거센 공세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전투력은 물론 협상 능력 역시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3선 이철규 의원은 원내대표 유력 주자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최근 잇따라 영입인재 당선자·낙선자들과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영입인재 당선인들과 영남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기까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 당내에선 '이철규 대세론'이 불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로 떠오르자 당대표로는 수도권 중진 의원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가 친윤일 경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친윤 색채가 옅은 인사가 당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비윤계로도 분류되는 5선 중진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를 맡고, 이 의원이 원내를 이끄는 '나이(羅李)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이'의 조합이라면 '찐윤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도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을 이 의원이 중재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연대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도 당대표를 내가 꼭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아직 해본 적 없다. 다만 당이 앞으로 어떻게 돼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정에서 내가 꼭 당대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심을 해본 적도 없고, 아직 자세히 고민한 적 없다"라며 "연대니 이런 부분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대설은 억측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이 의원과 거리두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철규 의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 전 의원은 "이철규 의원도 그렇고, 연판장을 돌렸던 의원도 전화주셔서 또는 밥을 먹기도 한 분이 있었다"라며 만남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도 당선 후 소통을 했다고 밝힌 점을 미뤄보면 일정 부분 교감은 있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다만 연대로 비치는 게 일종의 담합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데다 친윤 이 의원과 손을 잡는 것 역시 쇄신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반성 없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대설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대한다는 설은) 아주 좋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선 참패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이철규 의원이 원내를 이끌겠다고 또다시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나이연대설' 관련 질문에 "대통령께서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데에 대해서 누가 책임이, 가장 가까이에서 어떤 사람들이 대통령을 보좌했고, 어떻게 보좌해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만천하가 다 아는 일"이라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가면이 당은 막장으로 가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폐족이 된다는 인식이 없다면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이 연대설'에 관련한 질문에 조 의원은 "1, 2주를 골든타임이라고 말씀드렸다. 당은 당대로 이 국면에서 완전히 새롭게 쇄신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엄청난 사고를 저질러 어부지리를 얻지 않는 이상 다시는 집권을 꿈꿀 수 없는 체제로 가버린다. 이번 원내지도부 구성, 당 지도부 구성은 우리 보수정당의 존폐와 생사가 걸린 골든타임"이라고 답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