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적 쇄신' 첫걸음…'5선 중진'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 


정무 역량·소통 강화 및 대통령실 기강 잡기 적임자 판단한 듯  
명예훼손 혐의로 1심서 '징역 6개월' 부담도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은 정 실장에 대해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5선 중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총선 참패 이후 '인적 쇄신'의 첫걸음으로 대통령실 정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야당과의 협치, 여당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내려와 정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지명한다고 직접 소개했다. 인사 브리핑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정 신임 비서실장은) 한국일보에서 15년간 기자로서 근무했고, 정치부에서 국회 출입을 많이 하고 워싱턴 특파원도 하고 논설위원을 하다가 나오셨다. 그래서 2000년도에 16대 국회에 진출을 해서 5선 국회의원을 하셨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서 당에서도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도 하셨고 국회 부의장과 사무총장 같은 국회직도 하셨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비서실장으로서 용산 참모진들뿐만이 아니라 내각, 당, 야당, 또 언론과 시민사회 이런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저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지난 11일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힌 이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포함해 고위급 참모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초반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장제원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들은 우회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특정 후보들에 대한 여야 반발이 나오면서 인선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고, 이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1일 만인 이날 정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정 의원을 낙점한 데는 국정쇄신 방안으로 강조해온 '소통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은 국정과제 설계에 집중했고 앞으로는 정책 추진 과정에 여야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제가 모신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실질적인 정치 경험 없는데 대통령실 1·2기 비서실장을 모두 관료 출신 인물만 연달아 기용하면서 대통령실의 정무적 역량이 아쉽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와 소통이 가능하고 조율 능력이 있는 정 실장을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2023년 3월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윤 대통령. /뉴시스

정 실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로도 분류된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 초창기부터 현역 의원들을 모아 힘을 실어준 인물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 호흡도 맞췄다. 이처럼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그동안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정 실장이 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도 크다.

정 실장은 "어깨가 많이 무겁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로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가 되고 난맥이 예상된다. 이 어려운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를 돕고 또 윤 대통령님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느꼈다"고 비서실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께 정치에 투신하시라고 권유를 드렸던 사람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에 나름대로 기여했던 사람이다. 어쨌든 이런 어려움을 대통령님과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 제가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에 말씀하신 대통령님 말씀은 앞으로 통섭의 정치를 펼쳐나가시겠다는 말씀 아니시겠나"라며 "더 소통하시고 통섭하시고 또 통합의 정치를 이끄시는 데 제가 미력이나마 잘 보좌해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실장은 또 "옛날에 삼봉 정도전 선생이 국가를 경영하면서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 없고 힘으로 억누를 수는 더더욱 없다라고 얘기다. 600년된 왕조 시대에도 국민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그랬다"며 "지금은 공화국 아닌가.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님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좀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임 비서실장의 첫 과제는 이번 주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생 현안이 주요 의제로 올라갈 예정으로,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민생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직 신설 등 대통령 비서실 조직 개편 구상에도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사정 기관 장악 등 민정수석의 폐해를 거론하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러나 최근 민정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여론 설득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대통령 배우자 일정 등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한편 정 실장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는 2017년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올려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현재 2심 재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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