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김정수 기자]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 근무 중인 선임행정관이 미국 소재 디지털 아트 플랫폼 업체의 임원 또는 지분소유자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사안에 따라 공무원 겸직 금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더팩트>가 파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등록된 사업체 정보 보고서(Statement of Information, SOI)에 따르면 신 모 행정관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Doopus LLC(유한책임회사)의 임원 또는 지분소유자(Manager or Member)로 등재돼 있다. Doopus는 NFT 기반 디지털 예술품 거래 플랫폼인 Kbean의 제작사다. Doopus는 현재 정상적으로 활동 중(ACTIVE)인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6일 발급한 인증서에는 해당 SOI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 국무장관은 언급된 첨부 문서가 진실하고 정확한 사본이며 위에 표시된 날짜에 본 사무실에 제출됐음을 증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 씨는 해당 업체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신 씨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2018년 지인인 남기령 씨 부부 등과 함께 Kbean을 공동 설립했다. 페이스북에서 신 씨는 Kbean에 대해 "가상화폐가 아닌 KW/USD로 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NFT 플랫폼, 구매한 작품을 음원처럼 스트리밍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물로 존재하는 예술작품이 아닌 미술 작품의 증명서(토큰)로서 존재하는 아트 작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또 다른 설립자인 남 씨는 2022년 3월 샌프란시스코 코리안센터(KCI) 관장으로 취임해, 지난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가 주관한 현지 동포 간담회에 초청되기도 했다.
미국 기업 정보 베이터베이스(Buzzfile)에 따르면 Kbean의 연간 매출은 10만7000달러(한화 약 1억4000만 원)로 추정된다.
매출 규모와 별개로 위법 소지가 있어 보인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에는 '공무원은 공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에 따르면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겸직 허가가 안 된다. 대통령실도 행정관급 이상 임용 시 겸직 금지 조항을 안내하는 등 인사 검증 절차를 거친다.
사진작가 겸 전시기획자 출신인 신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정부 부처 문화 관련 행사 기획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신 씨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 재단이 주관하는 '청와대 개방 2주년 기념 전시회'를 대통령실에서 총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을 하면서 디지털 아트 플랫폼 업체 임원을 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SOI 갱신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SOI는 미국에서 설립되는 법인이 정기적으로 해당 주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한책임회사의 경우는 설립 이후 2년마다 갱신하도록 돼 있다. Doopus의 등록 갱신 기한은 지난 2월 29일까지였다. SOI 갱신 비용은 20달러 수준이고 재등록 절차도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어 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에도 대통령실 모 행정관이 외부 업체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해당 행정관은 미처 등기 갱신을 못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법 및 규정 위반 지적이 나왔다. 단순 등록상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 현직 행정관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라는 인식을 줘 업체에 이득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 행정관은 겸직 의혹과 관련해 묻자 "2022년경부터 해당 업체 업무에 관여한 바 없으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을 정확히 알지 못해 말씀드리기 어렵다. (겸직 금지 규정 위반 여부는) 각 기관에서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