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전당대회, 영남권 2선 후퇴론…참패 이후 與 갈등 '계속'


이르면 6월 조기 전대…김재섭 "냉철한 복기 먼저"
영남 지도부 비판에도 '갑론을박'

4.10 총선 참패 후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사진은 지난 16일 열린 당선자 총회의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4.10 총선 참패 후 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서둘러 전당대회를 실시해 지도부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내홍을 수습할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남계 2선 후퇴 등을 둘러싸고 영남권 인사들과 수도권 인사들의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어 한동안 잡음은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22대 당선자 총회를 열고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신속히 하기 위해선 비대위를 서둘러 구성할 필요가 있어 윤 권한대행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당선된 이들을 중심으로 윤 권한대행 추대에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윤 권한대행이 당의 얼굴을 계속 맡는 것은 당이 반성하지 않는 분위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로 컨벤션 효과가 생긴다면 총선 패배에 대한 자성과 원인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천에서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18일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위기를 위기로 제대로 인식 못 하는 게 우리 당의 위기다.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서 비대위를 새로 출범시켜야 한다. 특검 때문에 현재 원내대표가 할 수 밖에 없다면 혁신위나 TF를 빨리 만들어야 할 계제"라며 "유권자를 실망시킨 것에 대한 반성과 자성부터 해야 한다. 관리형이나 실무형 비대위가 아닌 혁신 성격의 비대위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은 "냉철한 복기가 먼저 돼야 한다. 복기할 충분한 시간 없이 조기 전당대회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당대회를 한다면 총선 참패가 금방 잊힌다. 전대 자체가 당원들을 신나게 하는 것도 있고 정치적 이슈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어서 패배의식은 일시 해소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쓰레기가 집에 어질러진 상황에서 치우는 것이 아니라 이불을 덮는 꼴밖에 안 된다. 쓰레기는 썩고 곪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도 낙선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천 남동갑에서 낙선한 손범규 전 후보는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혁신적 비대위가 나와야 되지 않냐. 전당대회에도 혁신적 결과가, 지도부가 나와야 하지 않냐는 의견을 많이 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계획이다. 16일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발언하는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오는 영남권 인사 퇴진론도 당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말씀드렸으나 당 지도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위기가 위기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예견된 참패였다"라며 "영남 출신 의원과 수도권 의원은 같은 현상 보고 분석하는 데 있어서 현실 인식의 갭이 너무 크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 공천을 받고도 낙선하는 수도권의 현실 인식 자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윤 권한대행은 '영남권과 수도권의 인식차가 크다’는 지적에 "인식 차를 지역별로 나눠서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우리 당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대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도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당 내분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원 100% 룰에 대해서도 이견차를 보이면서 한동안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권한대행은 '수습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 같으면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겠나"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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