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총선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통령실 조직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민정(民情) 기능 강화하는 조직 신설에 공감대를 형성한 기류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폐지를 약속한 '민정수석실'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빈번한 조직 개편으로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이 불안정하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부에서 민정수석실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의 공직기강을 점검하고 바닥 민심 등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을 통해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능이 미흡했다는 자성이 나오면서다.
구체적으로 법률수석 또는 민정수석(가칭)을 신설하고 그 밑에 기존의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은 물론,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을 신설해 4개 기능을 관할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법률 또는 민정수석 후보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그는 전날(17일) 용산 대통령실 내각 합류설에 대해 "낭설"이라고 일축했지만, 하루 뒤인 이날 거취 질문에 침묵하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법률수석 또는 민정수석 신설 추진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대신 비서실장 관할로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을 둔 바 있다. 당시에도 이들 비서관실이 민정수석 일부 기능을 담당하면서 공약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민정 기능을 온전히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야당은 민정 기능이 사정 기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통령실의 조직 개편 구상에 대해 "명칭만 새롭게 가져와서 검찰의 장악력을 더욱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의를 저버리고 자기 안위 지키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정작 국민 여론이 높은 제2부속실 설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 배우자 전담 부서 운영 관련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해 연말 네덜란드 순방 이후 잠행 중인데 공개 행보를 재개하기 위해선 제2부속실 설치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조직 개편은 빈번한 편이다. '일 잘하는 대통령실을 위해 조직 개편은 상시로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국정운영의 중점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출범 후 4개월째인 2022년 9월 대통령실은 정책기획수석 명칭을 국정기획수석으로 바꾸고, 정부 정책기획 및 홍보 관련 사안을 전담하도록 일원화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과제 목표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부 전 부처로 빠르게 전파하고, 국정과제를 통합·조정해 국정 청사진을 알린다는 목적이 있었다.
집권 2년 차인 지난해 6월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관리비서관실을 해체했다. 같은 해 11월 초에는 시민사회수석실 아래 4개 비서관실(국민통합비서관, 시민소통비서관, 사회공감비서관, 국민제안비서관)을 3개 비서관실(사회통합·시민소통·국민공감비서관실)로 줄였다. 시민사회 의견 청취와 소통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조직 개편이 짧은 주기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0일 기존 2실장(비서실장·안보실장)에서 정책실장을 추가하고 과학기술수석 자리를 새로 만들어 기존 '2실장 5수석 체제'에서 '3실장 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은 그로부터 한 달 만에 비서실장으로 이동했다. 정책실장과 안보실장도 모두 교체됐다. 정치권에선 '3실장 6수석 체제'로 개편하고 얼마 뒤 3실장이 모두 바뀐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지난 1월 정책실장 산하에 있던 국정기획비서관·국정메시지비서관실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옮겨 대통령 비서실 기능을 확대했다. 한 달여 만에 조직 개편이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업무 적응이 늦어지고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대통령실 조직개편에 대통령의 향후 국정기조와 방향이 긴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대통령비서실 조직 기구표와 실별 업무분장을 조직이 바뀔 경우 수시로 누리집에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실별 업무분장 내용과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직위자 명단 공개는 각각 지난해 2월 1일, 11월 2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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