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대승에 따라 윤석열 정부를 향한 범야권의 공세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에 이어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도 대상에 올랐다. 특히 윤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했던 '김건희 특검법'은 조국혁신당이 보완 후 재입법에 나설 예정이다. 범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성남 민심을 뒷배 삼아 '특검 정국'으로 윤석열 실정을 단단히 파보겠다는 계획이다.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대치 국면이 예상되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범야권은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175석(지역구 161석, 비례대표 14석)과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진보당(각 1석) 등이다. 180석 이상 확보한 야권은 개헌·대통령 탄핵 등을 제외한 모든 법률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입법·예산·인사권마다 제동을 걸 수 있다. 여권 내에서 윤 정부가 야당 협조를 위한 국정 기조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먼저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29일까지 총력을 다해 채상병 특검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 규명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으로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앞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부임하며 출국하자 해당 사안을 병합해 이종섭 특검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이태원 특별법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되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권에서 8표 이상 이탈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간호법 등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명품백 수수 의혹, 김 여사 처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한층 더 보강된 채로 재입법될 전망이다. 조국 대표는 지난 11일 당선 첫 일성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기존 법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내용만 들어있는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두 가지 의혹이 추가된 만큼 이를 같이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조국혁신당은 1호 특검법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의혹도 파헤치겠다고 공언했다. 한 전 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관련 질의에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고 검찰개혁을 하는 것은 기본선"이라며 "조국 대표가 말씀하시는 것들을 저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의 특검 추진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총선 참패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만큼 단일대오 분위기가 깨질 공산이 높아지면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 역시 K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특검법 추진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경기 화성을 당선인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 "국가의 역량 상당 부분이 수사로만 매몰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꼭 필요한 부분에만 특검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