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국민의힘, 혼란 수습할 차기 리더십은 누구?


보수정체성·정치력 갖춘 중진 역할론 대두
'험지 생환' 나경원·김태호 등 언급
'비윤' 안철수 물망에 올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22대 총선 108석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장 당의 혼란을 수습할 차기 지도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는 한 전 위원장.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8석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혼란을 수습하고 당을 재정비할 차기 지도체제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차기 리더십은 계파색이 옅은 중진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당내에선 격전지에서 생환한 나경원 전 의원(서울 동작을)과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 등이 구원투수로 언급된다.

차기 지도체제에는 '보수 정체성'과 '정치력'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11일 통화에서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집권당으로서 성과를 내며 안정감 있는 보수임을 입증했어야 한다"며 "용산에 휘둘리며 용산 친위부대 역할을 하다가 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소야대 상황이라 정부·여당이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럴 때일수록 정치가 필요하다. 야당과 대화하며 협력을 끌어냈어야 했다"고 짚었다.

이어 최 평론가는 "보수정당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보이지 못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꺼내든 이념과 색깔론에 대해서도 "보수의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외부 인사인 윤석열을 영입해 겨우 대선에서 이겼으나 흔들렸고, 또 외부 인사인 한동훈을 영입했으나 실패했다"며 "'그라운드 제로' 상태에서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성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5선에 성공한 나 전 의원은 대표적인 비윤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압박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나 전 의원은 당시 당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당내 인기가 높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류삼영 전 총경을 상대로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이겨내며 저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류 전 총경은 윤석열정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고 퇴직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동작을에만 여섯 번 방문하며 류 전 총경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주요 격전지인 '낙동강벨트'에서 생환한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도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힌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해 지역구를 옮겨 현역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중진 재배치 전략으로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도 4선 중진인 데다 험지를 탈환해 당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4선 고지에 오른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안 의원은 일찍이 수도권 위기론을 역설하며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대권주자이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도 가지고 있다.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도 수도권 위기론과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해 온 중진인 만큼 무게감이 있다.

'비윤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대선 경선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그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외에도 당내 최다선인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4선·서울 용산)과 원조 친윤이었지만 친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권성동 의원(5선·강원 강릉)도 물망에 오른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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