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상빈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화제를 모은 당선인은 이준석(경기 화성시을)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 동탄에서 5만 1856표를 얻어 거대 야당을 등에 업은 공영운(4만 8578표) 후보를 3278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은 대역전극이었다.
이 대표의 출구조사 예상 득표율은 40.5%였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이지만 43.7%의 공 후보를 뒤쫓는 형국이었다. 총선 전 실시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이 대표는 줄곧 20%대에 머물며 공 후보에게 밀렸다. 최대 10%p 차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말 공 후보 '주택 꼼수 증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의 반등이 시작됐다. 깜깜이 기간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선 30%대 진입에 성공하며 공 후보를 9%p 차까지 추격했다.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 대표는 8일 '낙선이 죽기보다 싫다'는 각오로 48시간 무박 유세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선거구 화성시을(동탄4동·동탄6동·동탄7동·동탄8동·동탄9동) 곳곳을 돌며 유권자와 만났다. 유세 현장에 부모님까지 등판해 그에게 힘을 실었다.
11일 오전 개표 결과 최후의 승자는 이 대표였다. 제3지대 약소 정당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혈혈단신 개인기로 거대 야당을 누르고 기적적인 승리를 따냈다.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2016년 총선, 2018년 보궐선거, 2020년 총선에서 모두 고향인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 때문에 '마이너스 3선 중진(마삼중)'이란 주홍글씨가 그를 따라다녔다.
정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온 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뉴미디어본부장으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당선을 도왔다. 그해 6월엔 국민의힘 당 대표에도 선출되며 '30대 파란'을 일으켰다.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선 잡음이 일긴 했지만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합심해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을 더블스코어(12-5)로 이겨 당 대표로서 질풍가도를 달렸다.
선거만 치르면 내리 승리해 빅매치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지선 한 달 만에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여파로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12월 탈당했다. 올해 초 개혁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네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수 끝에 야당 텃밭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85년생(만 39세)으로 여전히 30대인 그의 이력에 국회의원이 추가된다. 온갖 시련과 악조건에서도 십여 년간 다져온 정치 경력은 그의 생명력을 키웠다.
이 대표는 당선 확정 소감에서 "동탄은 제가 와서 보니 할 일이 많은 도시인 것 같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교통과 교육 문제에선 정치인이 풀어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으로 이해했다"며 "앞으로 구석구석 발전의 온기가 닿을 수 있도록 동탄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거듭된 실정으로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 대표는 "여당이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직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승을 이끈 그 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왜 당을 옮겨서 이렇게 출마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윤 대통령께서 곱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국민의힘 탈당부터 이번 총선까지 여정은 밴드 잔나비 히트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끌고 20~30대 남성들의 지지를 여권으로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하고도 돌아온 건 당내 중진 및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견제와 사생활 문제에 따른 대표 직무 정지였다. 악재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도 고향 노원구 상계동과 닮은 동탄에 출마해 끝내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4월 10일 정권을 심판한 뜨거운 총선의 밤은 가고 3전 4기 '동탄의 이준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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