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도봉=조채원 기자] 3대째 토박이의 간절함이 통했다. '야당 텃밭' 서울 도봉갑에서 국민의힘 대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6.9%포인트 뒤진다는 예측을 뒤집은 결과다.
4·10 총선 하루 뒤인 11일 서울 도봉구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이날 자정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안 후보와 득표차를 벌리기 시작하자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다. 어느덧 지지자들이 사무소에 놓인 의자를 채웠고 안팎엔 발 디딜 곳이 없어졌다.
12시 8분. 한 현장 관계자가 "우리 당 강세 지역인 창 4·5동 투표 결과가 남았는데 이길 것 같다"고 전하자 장내 분위기는 술렁였다. 12시 20분쯤 다른 관계자가 "이겼습니다!"라 외치며 사전투표 개표 현황을 현장에 알렸다. 사무소 안쪽에서 대기 중이었던 김 후보는 부인 김예린씨와 함께 등장해 지지자들을 부둥켜 안았다. 김 후보는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선 확실 나올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차분히 말했다.
오전 1시 26분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당선'이 뜨자 환호성이 다시 터져나왔다. 지지자들은 "김재섭"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재섭아 잘했다", "너무 조마조마해 잠이 안 왔다", "역시 인물 보고 뽑아야지"라는 벅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 후보는 당선 소감으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정부여당에 심판 내린 데 큰 책임감 느낀다"며 "당선 기쁨보다는 정부여당이 어떻게 국민들께 신뢰 받을지, 다시 한번 국민들께 사랑 주실 수 있을 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운 선거였던 만큼 도봉주민께 더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며 "야당에게 손을 내밀고 보다 타협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소감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다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그간 믿고 지지해신, 아무것도 몰랐던 30대 총각이 가정 이루고 국회의원 되게 해주신 도봉구민께 감사드린다"고 가족들과 캠프 관계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김 후보를 향한 지지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도봉구에서 30년 간 세탁소를 운영한 김 씨(60대·남)은 김 후보에게 "도봉구에서 나고 자란 후보인 만큼 다른 건 모르겠고 도봉만 생각하셨으면 한다"며 "의정활동 하면서 건강도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