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본투표를 앞두고 막판 지지층 결집을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위원회는 '골든크로스'를 주장하며 보수층 투표를 독려하는 반면 윤재옥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야권의 200석을 막아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지만 혼란을 주는 것처럼 보여 선거 막판 메시지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충남 천안 유세 현장에서 "저희 분석에 따르면 접전 지역에서 골든크로스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기죽지 말고 나가달라"라고 밝혔다. 야당 후보에 여당 후보가 다소 박빙 열세를 보이던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역전했다는 뜻으로 지지층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 논산 유세에서는 "지금까지 것들(여론조사)은 잊어버려라. 그게 다 맞지도 않아 왔다"고 말했다.
홍석준 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도 8일 브리핑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는 "서울의 경우 전통적 우세 지역구뿐만 아니라 한강벨트,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도봉과 강동, 양천, 서대문 지역에서도 지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저희의 자체 분석"이라며 "한 위원장이 말했듯 초박빙 중에서도 골든크로스가 발생 중이다. 초박빙 지역에 대한 결과 여부가 이번 총선에서 누가 1당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들은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개헌저지선과 탄핵저지선을 달라"고 호소했다. 범야권의 200석을 막아달라는 취지다. 그는 "야당의 의회 독재를 저지할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도 남겨 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지켜달라"며 "이재명과 조국 세력의 입법폭주와 의회 독재를 막아낼 최소한의 의석을 국민의힘에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180석, 200석을 갖고 간다면 정부가 식물정부인 것을 넘어서 이제 국회는 탄핵을 운운하는 난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에 출마한 권성동 의원도 "현재 총선 판세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연합이 과반은 물론, 개헌 저지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고, 윤상현 의원도 "아무리 저희가 밉다고 야당에 일방적으로 국회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독려와 읍소를 통해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지층에 혼란을 준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날 오전에는 윤 원내대표의 읍소가, 이어 오후엔 "골든크로스가 발생 중"이라는 홍 부실장의 브리핑이 나오면서 반나절 만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한 위원장의 메시지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한 위원장은 "200석 가지고 개헌해서 국회에서 사면권 행사하도록 하고, 그래서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자기 죄를 스스로 사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야당이 범죄자 공천하고 막말 공천하고 여성비하 공천하고도 200석을 얻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런데도 저희의 부족함 때문에 이들을 막기 벅차다"며 "결국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도하고 뻔뻔한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달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메시지 혼선이 한동훈 원톱 체제의 한계라고도 분석한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 김민석 상황실장,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 등 스피커가 여러 군데로 분산돼 이들이 각각 다른 발언을 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은 스피커가 한 위원장에게만 집중돼 한 사람이 두 가지의 발언을 하게 되는 것으로 보여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골든크로스와 절박성을 보이면서 혼합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데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스피커가 분할돼 여러 전략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한 위원장의 메시지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여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