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조성은 기자] "진정성과 열정을 다해 해내겠습니다. 북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낮은 자세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부산 북을에 출마한 박성훈 국민의힘 후보는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평균보다 한뼘 이상 키가 큰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선거가 처음인 그는 다소 정치인스럽지 않다. 과장된 웃음도 없다. 무작정 다가가 끌어안거나 팔짱을 끼는 일도 없다. 관심을 끌고 주목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선거운동이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미소 띤 얼굴로 자리를 양보하고 주민에게 길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면 몸에 밴 친절과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더팩트>가 5일 박 후보의 유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장미공원 인근 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는 부산 사하을의 5선 중진 조경태 후보가 함께했다. 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겨냥해 "범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죄 안 짓고 선량하게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이라며 "범죄자는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의 지원유세가 끝난 뒤 박 후보는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꽃이 예쁘게 피는 날, 선선한 저녁 시간에 산책 나온 주민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은 "박성훈 파이팅"을 외치며 하이 파이브를 했다. 한 50대 남성도 박 후보를 향해 "응원한다"고 지나갔다. 사진을 찍자는 주민들도 있었다. 50대 여성 3명은 박 후보와 사진을 찍은 뒤 "꼭 당선돼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박 후보가 출마한 부산 북을은 이번 총선에 새로 만들어진 지역구이자 격전지인 낙동강벨트에서도 치열한 곳이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오전 출근길 인사를 마친 박 후보는 금곡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오후에는 북을에서도 열세지역인 만덕동 구석구석에서 지역 주민을 만났다.
박 후보는 실제 성과를 부각했다.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그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임으로 인한 시장 궐위 상황 속, 1년의 짧은 기간 동안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글로벌 금융기업 유치, 봉래산터널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서부산의료원 예타 면제 등 각종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이번 총선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꼼꼼한 지역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지역맞춤형 공약은 지역 주민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저는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예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구가 필요로 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고 실행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저는 중앙부처에서 크고 넓은 시야로 일을 해봤기 때문에 교통·교육·주거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종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실행 능력이 제 가장 큰 장점이지요.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는 건 쉬워요. 그렇지만 해결하는 능력은 다릅니다. 문제 푸는 능력은 박성훈에게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박 후보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37회)에 합격했다. 졸업 후에는 '엘리트'들만 간다는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에 재직하면서 사법고시(43회)에 합격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세계은행(IBRD)에 파견돼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서 금융과 민간투자를 담당했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청와대 등을 두루 경험했다. 기재부 출신인 만큼 경제, 특히 예산 전문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재직했다. 이어 부산시 경제부시장, 경제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거쳐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냈다.
반듯한 태도에 엘리트 코스만 밟은 그를 보며 당연하게 '있는 집 출신'이겠거니 했다. 큰 역경 없이 살아왔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기자의 이런 생각을 눈치챘는지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박 후보는 어렸을 때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자랐다. 너무 가난해서 학비를 내지도 못했다"며 "선생님이 학비를 대주셔서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선생님은 박 후보에게 늘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대형 로펌 등 민간기업에서 수도 없이 스카웃 제의가 왔지만 모두 뿌리치고 공직에 전념한 이유다.
삶의 궤적 때문일까. 박 후보는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북을에 내놓은 주요 공약도 교육이다. 북구는 지난 2월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됐다. 박 후보는 나아가 '교육 국제화 특구'로 지정되도록 할 생각이다.
"북구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인데 좋은 학교가 없어요. 그래서 많은 학부모가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갑니다. 자사고와 같이 교과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사의 자율수업으로 수준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생각입니다. 기업과 연계한 자율형공립고등학교요.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도 북구에서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가고 꿈꾸는 미래를 실현할 수 있게요."
박 후보의 또 다른 공약은 교통이다. 화명역에서부터 부산의 중심인 서면역까지 15분내에 갈 수 있는 직결 도시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화명역과 수정역 사이에는 중간역을 만들 생각이다. 중간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역을 깊이 연구해 내놓은 공약이다. 주민 반응도 좋다. TV 토론회에서 박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고 반대하던 상대 정명희 민주당 후보조차 이를 자신의 공약으로 수용했을 정도다.
"저는 북구에 일하러 왔습니다. 북구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진정성과 열정을 다해 해내겠습니다. 특히 기재부 출신으로서 북구에 꼭 필요한 예산을 넘치게 가져오고 북구 발전에 필요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신속하게 만들어내겠습니다. 북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낮은 자세로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