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균형 맞춰 달라"…與 중진들 '읍소 릴레이'


나경원·권성동·윤상현 일제히 기자회견
"정부여당 질책 심정 이해해…최악은 피해야"
'한동훈 한계론'에 나섰다는 분석도

4.10 총선 본투표를 앞두고 국민의힘 중진들이 연이어 읍소 작전을 펼쳤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180석, 200석을 갖고 간다면 정부가 식물정부인 것을 넘어서 이제 국회는 탄핵을 운운하는 난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4.10 총선 본투표를 앞두고 국민의힘 중진들이 연이어 읍소 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야권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면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균형은 맞춰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위기감이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이 정부여당을 질책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민께 혼나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권심판 이 네 글자에 가려져선 안 될 더 중요한 본질이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질책하셔서 야당이 180석, 200석을 갖고 간다면 정부가 식물정부인 것을 넘어서 이제 국회는 탄핵을 운운하는 난장이 되고 말 것"이라며"국민의힘이 국민께 최선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정말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바로 최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의 균형은 지킬 수 있도록 국민의힘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나 위원장은 서울 지역 선거를 이끌고 있다. 정치권에선 나 위원장이 넉넉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정권심판론이 강해지면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강원 강릉에 출마한 4선 중진 권성동 의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총선 판세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연합이 과반은 물론, 개헌 저지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의 의회 독재 때문에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현재 야당 세력은 극단주의자들의 연합체다. 이들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오직 국민의힘뿐"이라고 말했다.

'친윤석열'로 분류되는 권 의원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에는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4선 중진 윤상현 의원(가운데)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성난 민심을 실감했다라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그는 "정부여당이 비판받는 이유 중 상당수는 국정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지적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지난 2년 정부여당이 모든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국정에 난맥이 발생했을 때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했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정책의 구체성에서 신중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4선 중진 윤상현 의원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성난 민심을 실감했다. 국민과의 소통 과정에서 때론 거칠고 오만하게 비치기도 했다. 민심을 전달해야 하는 여당의 역할도 실망스러웠다. 반성한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당내에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등 쓴소리도 많이 했다. 수도권 위기론을 공개적으로 제일 먼저 제기했고,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처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제가 부족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다면 당과 정부의 기조를 바꾸겠다고 윤 의원은 밝혔다. 그는 "여당은 용산의 출장소가 아니다. 수평적 당정관계로 당이 이슈를 주도하고 정부를 견인하겠다"라며 "아무리 저희가 밉다고 야당에 일방적으로 국회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당 중진들이 일제히 읍소한 것은 높은 사전투표율로 인한 위기의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한동훈 위원장의 스피커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권심판론 정서가 강한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한 위원장의 전략 자체가 수도권 등 격전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위원장의 힘으로만은 힘드니까 한 위원장을 도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언론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를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위원장에게 참신함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범죄자 집단' 등의 말을 하고 있다.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 하는데 지나쳐버리면 국민들은 메신저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중진들은 갈수록 선거가 위험해진다고 보니까 국민들에게 읍소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에겐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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