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이슈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언급한 이후 때아닌 가격 논쟁이 벌어졌다. 야권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며 더욱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고 있다.
-여야가 4·10 총선 지역구 254개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더불어민주당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서울 강북을 공천을 받았던 조수진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 변호 이력이 있다며 여성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오다 22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조 변호사의 빈자리를 '친명'(친이재명) 한민수 대변인으로 채웠다. 두 번의 경선 끝에 '벼락 공천'으로 마무리했다.
-집권당 국민의힘의 총선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다. 비례대표 공천 순번 배정을 두고 당내 불만이 터져 나왔고, 지지율 내림세에 따른 위기감도 표출되고 있다. 개혁신당도 비례대표 배정 문제로 양향자 원내대표가 탈당을 시사했으나 당에 남기로 했다.
◆尹 "가격 합리적" 평한 그 마트 가보니...소문난 그 대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의 한 마트를 찾아 한 발언으로 야당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어.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물가점검차 하나로마트 서울양재점을 방문했는데, 대파 한 단 가격표를 보고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이 된다"고 발언을 지적한 거야. 평균 대파 시세보다 훨씬 싼 이곳 가격만 보고 물가를 파악하는 건 안이한 현실 인식 수준이라는 거지.
-윤 대통령도 이곳 대파 가격이 다른 곳보다 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긴 했어. 당시 대통령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마트 관계자가 "원래 가격은 지금 한 1700원 정도 해야 되는데 저희가 875원에 (팔고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지금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논란이 된 발언을 한 거야.
-대파 한 단에 875원을 '합리적'이라고 표현한 게 오해를 불러온 것 같아. "875원이면 판매하는 사람들은 굶어 죽으란 거냐"라며 농가를 생각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어. 이번 정부 정책은 납품단가 지원으로 소비자 가격만 낮추는 거라 농가 수취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가격을 낮춰 판매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거야. 대통령이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하는 대신 "875원이면 일부 소비자들은 부담을 크게 덜겠다" 정도로 말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어.
-'대통령 맞춤형 가격' 아니냔 지적도 나왔어. 875원은 권장 소비자가 4250원에서 정부의 납품 단가(2000원)·할인 쿠폰 지원(30%, 375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1000원)을 모두 적용한 가격이야. 특히 해당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일주일 전인 11일~13일 할인행사에선 대파를 한 단에 2760원에 팔았는데 공교롭게도 대통령 방문일부터 875원 행사를 한 거야. 또 원래는 20일까지만 이 가격에 대파를 판매하기로 했는데 논란이 되자 오는 27일까지로 행사 기간을 연장했어. 모든 하나로마트 지점이 다 이 가격에 할인하는 것도 아냐. 지역 농협마다 개별적으로 행사 비용을 책정하고 있고 업주 재량에 따라서 할인가가 달라. 이곳의 경우엔 대통령도 방문한다고 하니 기념으로 '깜짝 할인 행사'를 했던 게 아닌가 싶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이곳 매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어. 지난 19일 직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다녀왔는데 일부 소비자들이 대파 매대 앞에서 "이게 대통령이 말한 그 대파야? 정말 싸네"라고 말하기도 했어. 또 직접 대화를 나눈 한 소비자는 "대통령이 다녀가서 싸졌다는 얘기 듣고 왔다"면서 "대통령이 계속 오시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어.
-야당은 연일 '대파'로 공세를 퍼붓고 있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인천 일대 전통시장을 찾아 대파 한 단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여전히 보통의 시장 가격은 비싸다고 지적한 뒤, 고물가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어. 또 민주당 후보들은 SNS에 지역구 대파 가격을 유권자들에게 묻는 '대파 챌린지'로 정권심판론을 키우고 있어.
-윤 대통령이 찾았던 그 마트에선 대파 외에도 2780원짜리 청양고추 한 묶음을 1446원에, 2920원짜리 깻잎 한 묶음을 2044원에, 8900원 짜리 사과 5알을 6230원에 판매하고 있었어. 정부의 납품할인 지원과 지점장의 재량을 반영했어도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의 물가야. 물가는 작황과 생산환경, 유통구조 등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문제야. 하지만 야당의 말대로 정부 지원금만 대폭 늘리면 오히려 나중에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대통령실과 정부, 야당이 물가 앞에선 서로 으르렁대지 말고 국민 고통을 덜어줄 근본적인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해.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 비수도권 출마자도 '촉각'
-국민의힘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상승세였던 지지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간 것 모양새야. 특히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와.
-정치권에서는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아.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중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법무부는 출국금지를 해제해 주면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벌어졌어. 황 전 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 기자를 콕 집어 '회칼 테러'를 언급했다고 해.
-국민의힘 분위기는 어때?
-수도권·중도층 유입에 걸림돌이 됐다는 당내 반응도 있어. 특히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불만이 속출하고 있어. 친윤계인 김은혜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와 이용 경기 하남갑 후보도 우려를 표했지. 수도권 출마자뿐만 아니야. '캐스팅보트' 충청 출마자들에게서도 불만이 감지돼. 한 충청 지역 후보자는 "지금은 민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때"라고 했어.
-이 대사가 조기 귀국하고 황 수석이 사퇴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야. 여론에 떠밀리는 듯한 모양새니까. 이뿐만 아니야.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상황 파악을 잘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야. 한 위원장이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로 "해결됐다"고 강조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해. 이번 주 만난 수도권의 한 유권자는 "그거야 한동훈 혼자 하는 소리"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어. 수도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인 것 같아.
-캐스팅보트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우세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야. 격전지의 한 후보는 "(총선 승리는) 후보 개인이 지역에서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어. 총선이 3주도 안 남았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봐야겠네. '2차 당정갈등'은 적당히 봉합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한 위원장이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것 같아.
◆'거액 코인 보유 논란' 김남국, 野 비례 위성정당 복당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20일 민주당 주도의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하기로 했다고?
-김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연합의 일원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깊은 고민 끝에 결심했다. 아무리 곱씹어도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폭거를 가만히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라며 "그동안 이중잣대와 마녀사냥식 정치공세만 있었지만 억울함은 잠시 뒤로 하고,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당원으로 역할을 다하겠다. 선당후사의 마음과 백의종군의 자세로 뛰겠다"며 선거 지원에 나설 예정임을 밝혔어. 김 의원의 입당으로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현역 의원은 14명으로 늘었어.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가상자산 거액 보유·투자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어. 당시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꼼수탈당'했다는 비판이 나왔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는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올라왔으나 소위원회에서 부결됐어. 떄문에 김 의원의 더불어민주연합 합류가 사실상 '꼼수 복당'이라는 지적도 나오네.
-민주당 지도부는 김 의원의 합류는 반기는 분위기야. 21일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한 것에 대해 "당의 어려운 사정을 김 의원이 받아들였다"라며 "어려운 결정을 해준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조금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어.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는 "(당을 향한) 충정에서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해 기호순이라도 기여하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김 의원을 옹호했지.
-더불어민주연합은 연일 민주당과 함께 '더불어몰빵'이라며 민주당 야권 세력에 대한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 중이야. 그런데 정장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 성향이 나타나며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이 조국혁신당에 분산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의 합류가 민주당 지지층들이 조국혁신당에서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돌아올 '와일드카드'가 될지는 지켜봐야겠네.
◆여야, 비례대표 후보 확정...외교통일 관련 인사는 누구?
-여야가 지난 21일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했지?
-맞아. 21일은 22대 총선의 후보등록일이거든. 지역구 후보들뿐 아니라 비례대표들도 22일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후보 등록 절차를 밟았지.
-여야 비례대표 '앞번호'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이 있을까?
-공직선거법은 여성 비례대표 순번을 홀수로 배정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어. 여성은 무조건 1, 3, 5, 7번 순으로 가되 짝수에도 여성을 배정할 수 있단 의미야. 이번엔 여야 모두 여성 장애인을 1번에, 외교통일 관련 인사를 2번에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끌었어.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1번에 여성 장애인 최보윤 변호사를, 2번에 '탈북민 출신'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을 배치했어. 민주당 주도의 야권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1번에 시민사회가 추천한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을, 2번에는 민주당이 추천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공천했어.
-'당선권'에 외교·통일 전문가 중 또 배정된 사람이 있어?
-비례대표는 총 46석이야. 거대양당의 경우 대체로 20번 이내를 당선권으로 보고 있어. 국민의미래에선 박 연구원 외에도 6번 김건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20번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겸 통일연구원장을 들 수 있어.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6번을 받은 것도 주목할 해.
-사실 21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일 전문가가 여럿 있었어. 대표적으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꼽을 수 있지. 태 의원은 북한 외교관 출신, 홍 의원은 민주당 유일의 외교관 출신이야. 이들은 22대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현역 의원들이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불안정한 국제정세 대응이 중요해지는 만큼 관련 전문가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봐. 외교는 국익을 위한 일이고, 국익엔 여야가 없는 거니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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