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양=조성은 기자] "한동훈이 잘하는진 모르겠지만 윤석열은 정말 못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환호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냉소가 따라붙었다. 한 위원장이 지나간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평소처럼 돌아갔다.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분위기는 서늘해졌다. 차갑게 얼어붙은 민심은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 듯했다. 여당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최근 수도권 민심이 나빠졌다는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20일 <더팩트>가 경기 안양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총선에 여당의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보수 성향이라 밝힌 시민도 "여기서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여기'는 안양시 만안구였다. 독립 선거구가 된 지난 16대 총선부터 내리 민주당 계열 정당이 차지한 곳이다. 만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안양 지역구 3곳(동안갑·을, 만안)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안양중앙시장 인근에서 만난 A 씨(70대)는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혔다. 그는 "한 위원장이 아주 잘하고 있다"며 "꼭 승리해서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밀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민주당만 찍는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야당의 공세가 심하다"면서도 "대통령실이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김건희 여사 논란 같은 건 처음부터 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시민들은 '도피성 출국' 논란의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시민 B 씨(70대)는 "대통령실의 말이 맞다. 야당의 공세"라면서도 "좀 더 빨리 해결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사와 황 수석 일은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잘 나서서 해결했다"며 "대통령이 실수할 때는 여당이 바로잡아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을 잘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C 씨(70대)는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만 하다가 종북 세력과 손잡았다. 민생과 나라를 위해서 국민의힘이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잘한 게 많다. 의대정원 증원도 얼마나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나"면서도 "잘한다 싶으면 대통령실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반응은 차가워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시민 D 씨(60대)는 "잘 좀 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길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민 E 씨(4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에 대해 "매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욕하는 것 말고 기억나는 게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나은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며 "여당은 결국 대통령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여기 와서 이럴 게 아니라 대통령을 좀 어떻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 F 씨(50대)는 "대통령이 너무 못하지 않았나.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며 "평소에 잘해야지 선거 다가온다고 이것저것 막 내밀어봤자 별로 믿음도 안 간다"고 했다. 아들이 군대에 있다는 그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며 "요즘 애들도 줄어드는데 나라가 애들 귀한 줄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시민 G 씨(40대)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히며 "반드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H 씨(30대)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국민의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뭐 하는지는 모르겠고 좋은 기사를 본 적도 없는 것 같다"며 "지인 중에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은 건 부끄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고 답했다.
이날 안양을 방문한 한 위원장은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현안인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을 약속하는 한편 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도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안양 중앙시장을 방문해 안양시민과의 접촉을 늘렸다. 붉은색 야구점퍼를 입은 한 위원장은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 단상에 올라 "원래 없던 일정이었으나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어 일정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딱 한 마디만 하겠다. 저희는 민심을 따르겠다"며 "오로지 국민의 상식만 보고 간다. 국민에 대한 책임감만 가지고 국민이 걱정 안 하게 힘내겠다"고 했다. 동행한 최돈익(안양 만안)·임재훈(안양 동안갑) 후보에 대한 지지도 호소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동훈'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했다. 한 위원장은 거리 인사를 하며 시민과 '셀카 타임'도 잊지 않았다.
이날 한 위원장은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관양시장에서는 "일주일 동안 황 수석 문제라든지, 이 대사 문제로 여러분 많이 걱정하셨을 것이다. 그것 다 오늘 해결됐다"고, 이보다 앞서 초원어린이공원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여러분이 실망하셨던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지역 맞춤 공약을 내세우는 한편 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충분히 생각해서 재건축·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세력"이라며 "반대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그걸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비교했다. 또 "저희는 경기를 포함한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정구역 개편을 적극 추진하려는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