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여야가 각각 자신들의 비례 위성정당에 현역 의원들을 보내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로 오는 4·10 총선 앞 순번 확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이 비윤리적으로 현역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이동시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 취지를 훼손하고 선거보조금까지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강민정·권인숙·김경만·김의겸·양이원영·이동주 의원 등 앞서 경선에서 탈락한 비례의원 6명을 '셀프 제명'해 야권 연합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보냈다. 더불어민주연합에는 현재 비례대표인 윤영덕 공동대표와 용혜인 의원이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최근 지역구 경선을 탈락한 2명의 현역을 설득해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시켜 당에 '현역 의원 10명'을 채울 예정이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도 역시 의원 꿔주기로 비례대표 김근태·김예지·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8인을 셀프 제명하고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보냈다.
여야가 현역 의원들을 꼼수로 대거 제명한 후 위성정당에 보내는 이유는 오는 총선에서 앞번호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며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비례투표 용지 순번은 3번부터 시작한다. 비례선거 투표용지의 정당 기호는 오는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을 기준으로 현역 의원이 많은 순서대로 결정된다. 때문에 여야는 각각 자신들의 지역구 순번과 통일성을 맞춰 비례 투표용지의 첫 번째(3번)와 두 번째(4번)를 차지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의 비례 순번을 두고도 제3지대 사이 경쟁은 치열하다. 녹색정의당은 현역 의원 6명(강은미·배진교·심상정·양경규·이자스민·장혜영)을 두고 있어 5번이 예상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는 최근 탈당 현역 의원들을 추가 영입하며 순번 쟁탈전에 나섰다. 앞서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던 설훈·오영환 의원은 17일 새로운미래에 동반 입당했다. 앞서 김종민·박영순·홍영표 의원이 합류해 새로운미래는 현역 의원 수가 5명으로 늘었다. 개혁신당은 양정숙·양향자·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4명의 현역 의원이 있다. 이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에는 황운하 의원이, 자유통일당에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현역 의원 수가 같은 정당이 둘 이상일 경우, 최근 실시된 비례대표 선거 득표순으로 순번이 결정되나 직전 선거 득표수가 없으면 추첨으로 순번이 결정된다. 이외에 원외 정당은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선정된다.
위성정당에 현역 의원을 꿔주며 여야는 비례대표 순번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뿐 아니라 의석수에 따라 결정되는 선거보조금도 챙길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국회법에 따라, 22대 총선 선거보조금 총액 501억9700만 원 중 각각 25억1000만 원씩을 확보하게 됐다. 국회법상 의석수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에는 각각 선거보조금의 5%를 배분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4억 2900만 원, 국민의힘(구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86억29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자신들이 제3지대를 비판했던 논리 그대로 '꼼수 위성정당'을 차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월 개혁신당이 현역 의원 5명을 채워 보조금 6억6000만 원 가량을 받았다가 새로운미래와 결별하며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창당한 다음에 의원 숫자 맞춰 돈 받아 가는 것은 보조금 사기"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창당으로 개혁신당이 받은 금액의 약 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야의 행태를 두고 제3지대에서는 여야가 '의원 불법대출'에 나선 것이라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17일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의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불법대출에 동참했다"라며 "위성정당과 공천관리위원까지 겸직하며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면서 똑같은 반칙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민주당의 행태도 무척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측은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국회의 다양성을 살리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취지는 훼손됐다고 지적하며 위성정당 창당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조치에 나섰다. 지난 7일 투기감시자본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위성정당 창당 관련자인 한 비대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용혜인 의원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