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공천 내전' 분위기다. 친노(친노무현)계와 친문(친문재인)계에서는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이지만 양 후보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사퇴설을 일축한 반면,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후보 재검증을 요구한 상태로 알려졌다. 선대위 출범부터 시작된 '3톱'(이재명·이해찬·김부겸)의 파열음에 원조 친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급히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취지로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양 후보를 두둔한 것으로, 당 안팎의 친노, 친문계 반발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선거 때는 그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되며, 그대로 가야 한다"고 이 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반면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양 후보를 만나 "여기서 새로운 게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 한다"며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 밖에 없다"고 했다. 양 후보에게 직접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막말 논란인사 공천 철회 사례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18일 '양 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지금도 같은 입장이느냐'는 질문에 취재진에게 "그렇다"며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양 후보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사죄했다.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난 양 후보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며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양 후보는 "양문석이 이대로 가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묻는) 전 당원 투표를 당이 결정해준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당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뿌리이자, 노무현 정신을 강조해온 당인 만큼 양 후보가 부적격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 친노, 친문계 의원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드려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또다른 친문계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5년 전 침묵으로 방관하기만 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며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키고, 대통령님의 손을 두 번 놓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재단(재단) 이사장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재단은 지난 17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을 모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인사들이 등장하는 상황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선거를 앞두고 내분으로 당이 다시 수렁에 빠지자 친노계의 수습 움직임도 감지된다. 원조 친노 인사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8일 김어준 씨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에서 "(양 후보의 발언이) 공직자로서의 자격 유무를 가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건 너무 명백하다"라며 "그런 말을 했다고 정치인 양문석을 싫어할 수 있지만, 그걸 가지고 '너는 공직자 될 자격이 없어'라는 진입장벽으로 쓰는 건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허 참, 한 번 (찾아)오라고 해라' 그런 정도로 끝낼 일"이라며 "이걸 갖고 무슨 후보직을 내놔야 되느니 마느니 하는 그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