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4·10 총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장예찬 후보의 부적절한 과거 발언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청년참모'로 유명한 장 후보를 향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비례연합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공천 배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야권 비례연합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통령실 분위기도 어수선한 모습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부임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이 논란이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황 수석을 당장 파면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한미 외교장관은 오는 18일 오찬 회담 형식으로 회담할 예정이다.
◆난교부터 부산 비하, 애마부인까지…'예찬대장경'에 화들짝
-장예찬 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후보 과거 발언 파문이 심각하지?
-맞아, 장 후보의 과거 SNS 글이 화제야. 정치 입문 전 페이스북에 논란이 될 만한 글을 종종 올렸어. 이번 총선 국면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건 2015년에 올린 '부산 비하' 발언이야. "부산이 좋다. 본가 앞마당 같은 광안리. 고막에 꽂히는 사투리 오빠야. 교양 없고 거친 사람들. 감정 기복 심한 운전자들. 미친X가 설계한 시내 도로. 부산역에 내려 걸쭉한 쌍욕을 뱉으면 어렸을 때 마냥 다시 막살아도 될 것 같은 그런 무책임한 기분이 든다"라는 글인데 부산 시민들은 기분 나쁠 만한 표현이야.
-이어 '난교'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어. 2014년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는 글을 썼던 게 지난 8일 알려진 거야.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찍' 발언을 거론하면서 처음엔 사과를 안 하다가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발언이 있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는 꼭 필요하다"라고 지적하자 사과했지. 장 후보는 15일 "비록 10년 전 26세 때이고, 방송이나 정치를 하기 전이라고 해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치기 어린 마음에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의견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고개 숙였어.
-그런데 사과 뒤에도 또 부적절한 게시물이 소환됐다며.
-맞아. 이번엔 서울시민 비하야. 2012년에 올린 글인데 "공연장에 오고 문화센터에 다닌다고 교양이 있는 건 아니다. 문화회관에서 일할수록 보편적인 서울시민들의 교양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게 된다. 시민의식과 교양수준으로 따지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라고 했지. 이외에도 "전공서적, 책값 아깝다고 징징거리는 대학생들이 제일 한심하다", "강변에 세워진 예쁜 배가 사실은 대마초를 파는 가게라는 반전이 네덜란드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 쌍팔년도 에로물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시청자의 수준이 애마부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1층 동물병원 폭파시키고 싶다" 등의 발언도 있어.
-누리꾼들은 장 후보의 과거 발언이 줄소환되는 것을 두고 '장만대장경' '예찬대장경' '1일 1예찬' 등으로 비유했지.
-국민의힘은 매일 터지는 장 후보 발언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야. 15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이상민 의원은 장 후보 관련 질문에 "용감무쌍한 건지 무모한 건지 사리분별력이 없는 건지. 참 기가 막힐 지경"이라며 "스스로들 빨리 결정하고, 당에서도 엄중한 조치를 내려줘야 당이 살 것"이라고 밝혔어. 장동혁 사무총장은 12일 "부적절한 측면은 있지만 발언 취지와 전체 맥락을 비춰보면 후보 결정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지만 15일엔 "발언들의 내용이나 문제 되는 지점, 그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보도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이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서 지켜보겠다"고 했어. 도태우 변호사와 정우택 의원의 공천이 취소된 상황이라서 장 후보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되네.
◆조국혁신당의 이유 있는 돌풍…'잡탕밥' 차단 때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동훈 특검법'으로 한풀이 정치에 나섰다는데.
-지난 12일 조 대표는 국회에서 '한동훈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발의하겠다고 발표했어. 특검법에는 딸 논문 대필 의혹 사건 규명 등이 담겼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선전 포고한 거지.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라 취재 열기도 뜨거웠어. 지난달 15일 조 대표가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 당시에는 펜 기자단이 4명 정도에 불과했거든.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던 조 대표의 목소리와 눈빛에도 힘이 실렸어. 조 대표가 말 그대로 '칼을 갈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조국혁신당의 한 영입인사는 "조 대표가 예전에는 참 점잖았는데 요즘 보면 독기를 품고 있다"며 "사법적인 건 통제 범위 밖이고, 정치에 모든 걸 쏟아부어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유가 뭐야.
-조 대표가 '검찰개혁' 노선에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될 수 있는 전략을 짠 거지. 조국혁신당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조 대표가 영입 인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어. 소위 말하는 '잡탕밥'이 되지 않도록 말이야. 낙천한 현역 의원들이 먼저 조 대표에게 연락해도 "우리 노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돌려서 거절하곤 했대. 대신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에 부합한 인사들에겐 직접 다 연락해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더라고. 조국혁신당 측은 공천 파동에 실망한 지지자들을 투표장에 가게끔 만드는 게 민주당을 도와주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보고 있어. 대신 비례대표의 경우 조국혁신당에 한 표를 주는 거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경쟁은 불가피하지.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게 실감이 안 나네.
-여성들이 비례대표 1번을 받기 때문에 조 대표의 경우 비례대표 2번이 유력한 상황이야. 조국혁신당 핵심관계자는 "당연히 조국이 2번"이라고 못 박더라.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내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이 대안을 찾아야 할 때 당이 조 대표를 앞세울 것이라는 시나리오야. 하지만 조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도 높아.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겨냥해 비례대표 유죄 확정시 승계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어. 일각에서는 2019년 나라를 두 쪽 냈던 '조국 사태'의 당사자이자,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피의자가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출마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 임태훈도, '노출 화보' 박은수도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연합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후보 추천으로 소란스럽던데?
-지난 13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됐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후보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이 들썩였어. 임 전 소장은 13일 페이스북에 "당으로부터 후보자 등록 서류 심사 결과 '컷오프(공천 배제)'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병역 기피"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한 사실을 병역 기피라 규정한 것이다.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고 썼어.
-더불어민주연합 측은 임 전 소장의 이의 신청을 빠르게 기각했지. 그는 2004년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다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어. 임 전 소장의 컷오프 이유가 표면상으로는 '병역 거부'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성소수자인 임 전 소장을 후보로 선정할 시 종교계의 반대로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한 것으로 보여.
-임 전 소장의 컷오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성'을 중시했던 민주당이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와. 양심적 병역 거부의 경우에도 민주당은 과거부터 인권 차원에서 개인의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12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했어. 2019년엔 국회에서 대체복무제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이재명 대표도 과거 2017년 자신의 SNS에 "이제 우리나라도 대체복무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어. 시민사회 측은 15일 당의 컷오프 결정에도 심사위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임 전 소장을 후보자로 재추천하기로 결정했어.
-여기에 더불어민주연합에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후보로 최종 추천됐다가 탈락한 박은수 씨도 당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박 씨는 13일 자신이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노출 화보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결정이 번복된 여성·장애인·청년 분야 후보자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요청한다"고 썼어. 박 씨는 청각장애인 유튜버로 활동 중이며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야. 그는 "지난해 청각장애인 콘텐츠 제작자로서 SK와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협업을 진행했다"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비례후보추천 관리위의 관련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어. 박 씨는 해당 화보가 보청기를 드러냄으로써 장애인의 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고자 하기 위함이었다며 "객관적인 절차와 평가와 검증 과정을 통해 추천된 후보에게 선정성이라는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과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청년의 표현에 대한 검열"이라고 반발했어.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갔던 더불어민주연합이 선거가 채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후보 선정을 두고 갈등만 더 깊어져 난감한 상황이야. 게다가 지지율은 '윤석열 심판'에 선명성이 더 강한 조국혁신당에 밀리고 있다는 결과도 일부 나오고 있어 더 진퇴양난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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