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민생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민생 현장 곳곳을 돌면서 대민 접촉을 강화하는 등 표밭갈이 경쟁이 한창이다. 전국의 험지와 격전지 위주로 전국을 돌며 사실상 득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를 찾았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영등포갑)과 박용찬 전 당협위원장(영등포을)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시민들을 향해 "우리는 진영 논리 같은 게 없다"며 "오로지 시민들의 삶과 미래를 개선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철도 지하화 공약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영등포역 옥상에서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이라며 "지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곳에 와서 한바탕 욕만 한 것 같은데, 그래서는 영등포구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며 "저희는 영등포 구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전날 험지로 분류되는 경기 고양시를 방문했던 한 위원장은 부산 북구와 경남 김해시(14일), 민주당 표밭인 전남 순천시와 광주 동·남구, 전북 전주시(15일)에 이어 경기 평택시(16일)를 찾을 계획이다. 지난주에는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경기 수원과 성남, 용인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 외에도 강원 원주시와 서울 성동구에도 들러 유권자들의 민심을 청취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주요 격전지를 방문해 윤석열 정권의 심판론을 강조하며 표심을 잡고 있다. 전날에는 충남 천안에서 "머슴이 정신을 못 차리면 주인은 야단치고 안 되면 회초리로 때리고, 그래도 안 되면 해고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번 4월 10일 심판의 날에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에는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일대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너무 못했다, 도저히 못 살겠다, 못 참겠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 같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선거"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주에 4·10 총선 후보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종로)와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영등포갑),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재선의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각 현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때도 현 정권의 무도한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다.
여야 지도부가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각 지역을 도는 것은 지지세를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총선 판세의 승기를 잡기 위해 각당 지도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거대 정당의 양자 구도가 혼조세인 상황에서 운동권 청산론과 정부 심판론의 지속적인 선전을 위해 민생탐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역 숙원 사업과 현안 또는 미래 먹거리에 관한 공약을 제시하며 중도·무당층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편입과 경기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이 대표가 충남에서 광역교통망 확충 및 지역균형발전 투자 확대, 스마트 국방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을 총괄로 하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이날 구성했고, 민주당도 같은 날 이 대표·이해찬 전 대표·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세운 선대위를 출범했다. 앞으로 여야는 공천작업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향후 전략적으로 전국을 돌며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한 대대적인 표심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