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사 파업에 "의료전달체계 개편"…PA 법제화 시사 


"PA,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의료 공백 대응에 '간호법 제정' 다시 수면 위로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점검하는 한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과 관련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료 지원 간호사(PA·Physician Assistant)를 적극 활용하는 등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료 면허정지' 초강수에도 의사 다수가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간호 직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PA 법제화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을 직접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 부처로부터 의료계 집단행동 동향 및 대응 상황, 필수 의료 건강보험 보상강화 추진계획, 지자체별 비상진료 운영 상황, 의대 정원 증원 신청 현황 및 후속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의 참석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대응을 위한 중대본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병원 운영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PA는 시범사업을 통해 이분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하여,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의 경력 발전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PA 간호사는 수술·처치·처방·환자 동의서 작성·회진 등 전공의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상 엄격히 따지면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진료 지원 인력 시범사업을 도입해 간호사들의 업무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해당 시범사업은 진료 지원 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장이 위원회를 설치해 설정하거나 간호부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간호업계는 시범사업만으로는 확실하게 법적 보장을 해주지 못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간호사 역할을 현행 의료법으로부터 분리해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수용불가 사유를 해소한 간호 법안을 새로 준비하고 있다며 긍정 검토를 건의하기도 했다. 간호 법안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상태다.

보건의료 직역 조정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최근까지 "간호사와 의사 간에 직역의 구분 같은 것을 이번에 대폭적으로 개편하겠다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입장을 선회해 PA 법제화 검토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간호업계 협조를 얻기 위해 PA 법제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일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모습. /배정한 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의료 면허 정지 처분' 최후통첩에도 현장에 미복귀한 전공의들을 향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필수 의료 패키지는 10조 원 이상 투입을 통한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부담 완화 등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보상 방안과 관련해 "난이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빅5 병원'이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는 등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마친 후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해내야 한다는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한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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