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남은 '文의 남자' 임종석…8월 전당대회 노린다?


'탈당 말고 잔류' 선택한 임종석 향후 행보 두고 당내 의견 분분
총선 이후 '친문 구심점' 될 것이라는 분석 나와

최근 서울 중성동갑 후보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당 잔류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임 전 실장이 총선 이후 당권을 노리기 위해 민주당에 남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 배제)' 문제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던 '친문(文)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 임 전 실장의 잔류 결정에 정치권에서는 그의 다음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임 전 실장이 당장은 당 지도부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차기 당권을 노리기 위해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앞서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략공천된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당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했으나,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임 전 실장은 탈당 후 새로운미래 합류하는 등 민주당을 떠나 새 길을 채비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임 전 실장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하며 최근 컷오프된 친문 홍영표 의원 등과 함께 탈당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4일 BBS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 어제저녁 7시까지만 해도 새로운미래 합류를 전제로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까지 하려 했던 임 전 실장이 마음을 돌린 이유를 두고 당내에서는 오는 8월 있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이 민주당에 남아 총선 이후 당권을 노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이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총선 전후로 숨죽였던 친문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 당에 남아서 개혁과 혁신을 계속 요구할 것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무엇을 도모할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8일 당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해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또 임 전 실장이 탈당 후 총선에 나섰을 때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염려도 민주당 잔류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의 부상으로 (임 전 실장이) 제3당으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새로운미래'에 섣불리 입당하기보다 민주당 안에서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이고 후일을 도모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고, 그에 맞춰 (자신도 민주당 안에서) 정치적 보폭을 넓힐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임 전 실장은 잔류 결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사진을 4월10일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 문구가 쓰인 사진으로 변경했다. /임 전 실장 페이스북 갈무리

다만 임 전 실장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 전 실장은 잔류 결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사진을 '4월 10일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 문구가 쓰인 사진으로 변경했다. 선거 전면에 서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총선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권심판론'에는 의견을 같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지역구에서는 임 전 실장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의 역할론과 관련해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이 결국 임종석답게 당의 결정을 수용하고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마음을 추스르고 민주당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뛸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전 위원장은 전날(4일) CBS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수락해 주시면 선대위원장으로 모셔 함께 힘을 모아 원팀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가장 최상의 카드"라며 임 전 실장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장고 끝에 민주당 잔류를 결정한 만큼, 향후 행보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임 전 실장 측은 통화에서 "아직 당 차원의 선대위가 꾸려진 것도 아니고, 공천 과정 중이라 당에서 정해진 것이 없는데 저희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 말하긴 이상한 상황이다. 당장은 당원 지지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