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탈당파 움직이나...'민주연대' 파괴력 어디까지


탈당한 설훈...움직이는 동교동계, 이낙연 새로운미래 합류 고심
임종석, 홍영표 친문계 좌장 가세, 분당 수순 밟는 민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의 컷오프로 더불어민주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놓였다. 임 전 실장과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조직적으로 세를 키우면서 당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컷오프(공천배제)로 당 최대 뇌관이 터지자, 친문 세력의 원심력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당 공천 과정에서 반발한 비명계 인사들의 줄탈당이 현실화되면서 탈당파 세력의 '민주연대' 움직임이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는 22대 총선에서 임 전 실장과 또 다른 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이 잇달아 컷오프되면서 당 내분이 악화일로다. 임 전 실장의 지난달 28일 왕십리 유세에는 홍 의원을 비롯해 송갑석·윤영찬 의원이 함께했다. 유세 과정에서 현장에서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임 전 실장을 향해 "성동에 말뚝 박았느냐"고 야유했고, 해당 영상이 게시된 온라인 친명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친문계와 친명(친이재명)계의 갈등 봉합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훈 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 동교동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동교동계 원로들은 오는 4일 이재명 지도부의 공천에 대한 우려의 입장문을 내기로 결정했다. '동교동계 막내'인 5선의 설 의원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후 탈당하자, 집단적 반발이 확산됐다.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을 포함해 DJ정부 실세 인사들이 대거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인사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으로 민주당이 총선 전 최대 악재를 맞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예방,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모습. /뉴시스

친명계와 비명계의 내분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심리적 분당'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의 큰 줄기인 친문 세력에 대한 친명계의 배척이 노골적이라는 시각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측근들이 문재인 정부 출신들을 총선 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게 현실화됐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평산마을을 예방한 이재명 대표에게 임 전 실장 등 친문 핵심 등을 거론하며 ‘살펴봐 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28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의 공천 배제는) 이재명 당의 완성, 사당화의 완성 때문"이라며 "8월 당 대표 경선이나 2027년 대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라이벌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인사들의 집단 탈당 조짐으로 인해 당은 한동안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설 의원과 홍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낙연 대표 역시 "열린 마음"이라며 현역 의원 하위 평가 통보를 받은 비명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탈당 세력이 가칭 '민주연대'를 만들어 이낙연 신당 새로운미래와 힘을 합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친문 무소속 세력을 전면에 두고 새로운미래와 세 확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의 갈림길"이라며 "임 전 실장을 비롯해 탈당 세력이 이낙연 세력과 큰 축으로 움직이면 민주당 패배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현재로서 분산돼 있는 각 민주 세력이 호남 여론을 등에 업을 경우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수민 평론가는 "호남이 현재까지는 민주당에 계속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동교동계의 반발로 호남이 움직일 경우에 민주연대나 새로운미래 쪽에 힘이 실려 양쪽이 통합할 가능성도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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