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진행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페널티를 받고도 다선 의원들 다수가 본선행을 확정 지으면서 물갈이 없는 공천이 계속되고 있다. 돈봉투 논란에 휩싸인 정우택 의원과 의원직을 상실했던 김선교 전 의원 등도 공천을 받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천 잡음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서 당의 본선 경쟁력은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구 19곳에서 진행한 1차 경선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23~24일 이틀간 진행된 경선에서 5선의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 의원, 3선의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이종배(충주) 의원, 초선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과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정 의원과 박 의원, 이 의원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15%의 페널티를 적용받고도 각각 양자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5명 중 3명의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30%에 속해 20%의 감산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최대 35%의 페널티에도 경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적 쇄신이 현역 프리미엄에 막혔다는 평가다. 당이 도입한 시스템 공천이 현역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있는 의원들도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정우택 의원은 2022년 지역의 한 카페 사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정 의원은 돈봉투를 바로 돌려줬고, 이후 공식 후원금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며 적극 반박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6선에 도전하게 됐다.
박덕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피감기관들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이해 충돌'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2020년 9월 탈당했다가 약 15개월 만에 조용히 복당했다. 복당 이후인 2022년 6월 경찰은 박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경기 여주·양평에서는 지난해 의원직을 상실했던 김선교 전 의원이 비례대표 이철규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아 논란이다. 김 전 의원은 불법 후원금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회계책임자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선전하면서 신인들의 국회 입성은 어려워졌다. 최지우 전 대통령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엄태영 의원에게 졌고,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이종배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경기 포천·가평에서 3선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에 밀렸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역에 유리하게 공천 시스템이 설계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정하다고 평가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현역들이 지역 관리를 굉장히 잘했거나 경쟁 후보의 지명도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라며 "어떤 분은 20% 이상 (페널티를) 극복해 살아남은 분도 있다. 지역구 관리를 엄청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공천에 큰 잡음은 없다고 대부분 평가한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가 없는 것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했던 21대 선거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지역구 경쟁력이 그대로 증명된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하면서 화제성을 잃었다고도 평가한다. 공천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다선 의원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본선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기본적으로 현역 생존율이 70% 이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서 경쟁력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윤한 갈등'으로 당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현역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해 안정적 공천을 택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당이 어떤 미래로 갈지 유권자들은 평가하는데 그 점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못받는다. 참신하지 못한 인사들을 내세울 때 과연 총선에서 1당이 될 수 있는가 의문부호가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위원장은 26일 출근길에서 "지난 선거에서 우리 당은 너무나 심하게 졌고 그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현역이다. 현역 중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30% 가까이 중진은 (점수가) 깎였는데 거기서도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보면 상당 부분 많은 쇄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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