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의정평가 하위 20% 의원들의 반발에 따른 공천 갈등으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의 하위 20% 평가는 2016년 20대 총선부터 줄곧 반영됐던 '성적표'였지만, 명단에 당내 비주류계로 꼽혔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유례없는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시스템 공천으로 비주류를 끌어 안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21대 총선 이해찬 전 대표식 공천과 달리, 이번 공천은 당내 비주류를 배척한 '사천'으로 평가받으면서 이후 내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대표적 비명계 의원 설훈 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해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이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설 의원은 "이 대표는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과 자신의 측근에게는 전혀 칼을 대지 않고, 오히려 공천에 적극개입하여 ‘친명횡재, 비명횡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했던 의원들을 모두 하위 20% 안에 포함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이 대표 개입을 주장했다.
현재까지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를 통보받은 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들은 설 의원을 비롯해, 김한정·박용진·박영순·윤영찬(이상 하위 10%), 송갑석·김영주(이상 11~20% 구간) 의원 등 7명. 공교롭게도 모두 비명계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하위 10% 해당자는 경선에서 30% 감점을, 11~20% 해당자는 20% 감점을 받게 된다.
하위 20% 명단에 들어간 이들은 구체적 평가 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당은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성적표라도 보여 달라(박용진 의원)"는 요구 속, 이 대표가 22일 "동료 의원 평가를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도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앞서 임혁백 민주당은 공관위원장은 "평가위원회가 공관위원장에게 전달한 하위 20% 명단은 위원장만이 가지고 있으며, 통보도 위원장이 직접한다"며 명단 유출설에 일축해왔다.
현역 의원 평가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부터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를 꾀하고자 적용됐던 민주당의 공천룰 중 하나다. 2015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혁신위원회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자는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당은 20대 총선에서 이를 실시해 탈당 의원을 제외하고 10명 안팎의 의원들을 공천배제했다.
이같은 룰은 21대 총선에서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20%의 감산 페널티를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외에도 정당 사상 최초로 당원 플랫폼을 활용해 '상향식' 투표의 방법으로 공천 룰을 결정했고, 현역 의원은 전원 경선을 의무화하고 전략 공천은 최소화 했다. 공천 심사 때 당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감점을, 반대로 정치 신인은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직전 총선에서 하위 20%에 대한 인위적 공천배제(컷오프)와 전략공천, 단수후보 남발 등에 다른 불만을 잠재운 것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이끌면서 혁신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의 불출마 역시 그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줬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의 유례 없는 공천 잡음에 당 원로 인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공천 잡음에 휘말렸던 당이 예외없이 패배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사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국민의힘 선거 패배에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되고,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주류를 위한 공천을 한다는 점을 지적, 이 전 대표와의 공천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수민 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총선 때도 '금조박해(금태섭·조응천·박용진·김해영, 당에 쓴소리 했던 비주류 인물들)'가 있었지만, 컷오프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감산점 받은 사람도 없었다"며 "이 전 대표의 경우 비주류까지 다 끌어안는 전통적 공천 방식을 행했다면, 이 대표 정당관은 당의 주류, 다수파 위주의 공천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 이 대표 핵심 지지층들이 갖고 있는 사고 방식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