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이른바 '권대희법'(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도입 계기가 된 8년 전 의료사고 관련, 봐주기 수사·기소 논란이 불거졌던 검사가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고(故) 권대희 의료사고' 사건을 담당했던 성 모 씨가 현재 대통령실 공직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16년 20대 대학생이었던 권 씨는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49일만에 숨졌다.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에는 의료진이 권 씨의 대량출혈을 인지했음에도 경과 관찰이나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가 30분가량 혼자 지혈하는 장면이 찍혀 있어 논란이 됐다.
2018년 10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지검 형사2부는 비교적 늦은 13개월 만에 병원장 장 모 씨 등에 대해 기소를 결정했다.
기소 전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다수의 감정기관은 단독 지혈행위는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장 원장 등 의료진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상 의무기록지 허위 기재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및 의료진의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는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한 권 씨 유족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법원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의료법 위반 혐의 기소가 타당하다며 재정신청을 일부 인용, 검찰에 공소 제기를 명령했다. 재정신청은 검사가 특정범죄사건을 불기소 처분했을 때 고등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를 묻는 것이다. 최근 10여년간 인용률은 0.6% 수준으로 인용되는 사례는 극히 적다.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되면 교사 또는 방조자에게 1년 이내 면허자격 정지를 내릴 수 있고, 이들이 소속된 의료기관 영업 정지·폐쇄명령 등 강력한 처벌도 가능하다. 성 행정관과 당시 병원 측 법률대리인은 의대·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유족 측은 검찰이 의료법 위반에 가깝다는 전문기관 의견 등을 배제하고 무리하게 불기소 처분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위반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병원장 장 씨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수술실 내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해당 사건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이후 관련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 수술실 내 CCTV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권대희법)이 2021년 9월 공포됐다.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이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통령실 직원에 대한 직무 감찰과 인사 검증을 도맡고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넘긴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인사 검증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공직감찰팀을 신설해 고위 공직자 감찰을 시행하고, 최근에는 공직자 기강 해이 등 전 부처에 대한 복무 점검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성 행정관 임용 배경 등에 대해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구체적인 인사 검증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