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개혁신당이 총선 50여 일을 앞두고 통합의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4개 정당의 합당이었던 만큼 당장의 불균형은 예견됐지만 당내 파열음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계파 갈등까지 언급되며 총선 공천 전까지 당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개혁신당이 바른미래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개혁신당 내부 갈등은 지난 15일 감지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혁신당에 합류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겨냥해 '당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류 전 의원에겐 "개혁신당에서 주류적 위치나 생각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배 전 부대표에겐 "법적 대표인 제 권한 내에서 공직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간 이 대표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류 전 의원 등에 대한 거부감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앞서 이 대표는 류 전 의원이 추구하는 페미니즘과 배 전 부대표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옹호 발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류 전 의원 등의 입당을 반대하는 당원들이 탈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잔류한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당을 갈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의 이른바 '주류' 발언도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류 전 의원을 언급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했지만 여전히 주류는 우리(기존 개혁신당)라는 생각 같다'는 질의에 "주류라는 건 얼마나 많은 지지자가 어떤 비율로 존재하느냐일 텐데 여론조사로 봐도 그런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다른 당원이나 당직자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지만, 당내에선 '그럼 나머지(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는 비주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혁신당 측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기존 개혁신당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고, 합류한 지지자들 역시 그 배경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합류한 당 지지자들은 이 대표 발언에 그렇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최근 합당 과정에서 주요 지지층이 이탈하고 본인이 사면초가 위치에 처했다는 구설에 올랐는데 (합류한 당 지지자들은) 기존 지지층 재결집을 위한 발언이라는 걸로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당내 분위기는 이튿날 최고위원회의 취소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개혁신당은 최고위를 지난 16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주류 발언으로 불거진 내홍의 결과물이란 분석을 내놨다. 개혁신당 측은 "다음 주 본청으로 이사하기 때문에 일단은 순연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정상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신당 내 갈등이 총선 공천까지 수습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바른미래당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창당 초기만 하더라도 10%대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선거 전까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해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폭발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파동에 가까운 위기를 겪었다. 당시 유승민계(바른정당)와 안철수계(국민의당)는 서울 송파을·노원병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서로 자기 사람을 꽂으려 한다'며 강하게 부딪혔다. 두 계파가 결국 서로 한 발씩 물러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론은 떠나간 뒤였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창당 초기 10%대 지지율은 4%대로 횡보하며 결국 해체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주류 발언은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을 넘어 사당화 논란까지 자초한 셈"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으로 이제 막 출범한 개혁신당의 통합 문제는 더 어려워졌고 단순히 봉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