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오지 출신' 작가 조경일 "통일준비, 선거제 개혁부터"


"통합·포용의 정치시스템 갖춰야 대북정책도 연속성 가질 것"
"현 정부 종북 이념논쟁 폭력적…탈북민 정치적 표현 자유 억압"

조경일 작가는 14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했다. 조 작가는 박사과정 중인 연구자이자 유튜브 내 통일공론장인 피스아고라 대표다. 정치컨설턴트,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서관도 역임했다. /여의도=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여의도=조채원 기자] 조경일 작가는 1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진보든 보수든 각자 말하는 통일 정책만 있을 뿐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통일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일의 당위성만 외칠 뿐 통일에 대한 논의나 공감대를 만드려는 노력이 적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의 통일만 얘기한다. 청년 세대에겐 통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된 지 오래다. 학생 대상 통일 교육에서도 왜 통일을 해야 되는지 어떤 통일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통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조 작가는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서로 갈등, 배제하고 유난히 또 차별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는,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제도는 우리 사회 포용성을 더 떨어뜨린다"고 진단한다. 이어 "통일이 된다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거대 양당 체제에선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제도가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고,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집권하는게 아닌 다당제가 되면 대북정책도 연속성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종북 빨갱이로 낙인찍혀 있다"는 조 작가는 "정치권의 종북 이념 논쟁이 탈북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보수와 '종북 좌파’의 대립 구도 때문에 탈북민들은 보수의 목소리를 내야만 안전하고, 진보적인 정당이나 정책을 대놓고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는 "특히 윤석열 정부의 색깔론, 이념 논쟁이 탈북민들에게 아주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이유"라며 "탈북민들도 지지 정당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작가는 "한국 사회에선 아직 탈북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도 반대한다.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같은 국민끼리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룹화하는, 불필요한 일"이란 주장이다.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신뢰·인정을 얻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며 "기념일 안 만들어도 탈북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이들의 존재를 환기하는 방법은 많다"고 설명했다.

조경일 작가는 1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저서 리얼리티와 유니티에 대해 현실과 통일의 괴리에 대해 담았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선 약자를 돕고 통일에 기여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동률 기자

다음은 조 작가와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북한 인권을 대북정책 제1의 아젠다로 꺼낸다라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와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등 북한 인권의 국제공론화는 인권 침해에 대한 완전한 책임규명과 처벌, 즉 북한정권 몰락을 전제로 한다. 북한과 대화가 불가능한 조건이란 얘기다. 북한 정권은 가해자인 동시에 대화 상대자다. 결국 북한 정권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기회를 오히려 잃는다.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 공론화할 수 있고 옳은 명분이다. 그러나 그걸 주장하는 게 다른 기회와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든다면 과연 필요한 일일까.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있었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지 않았나.

북한 체제의 본질이 생존권, 체제 유지에 있다. 대화를 하건 안 하건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다. 중요한 건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했을 때 대화를 안 했을 때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변화하느냐다. 대화를 했을 때는 민간에서, 혹은 불법적인 교류들이 다양하고 많이 만들어진다. 북한은 불법이 사회를 바꾸는 구조다. 한국 드라마도 보고 몰래 무역도 하고. 북한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모든 걸 단절하면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져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추동할 수 없게 된다.

조경일 작가는 인터뷰에서 탈북민 보다는 북향민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북한과의 이탈, 단절을 의미하는 탈북은 분단의 산물이자 정치권에선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이어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자 연결의 의미를 담은 말은 북향민이라며 탈북민에게 한국 사회가 기대하는 건 남북한 가교 역할이면서 계속 이탈을 강조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동률 기자

-어떻게 해야하나.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만 한다'는 걸 전제로 한 대북 정책으론 한계가 존재한다. 남북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북한과 정상국가 관계로 가야 대화, 교류할 수 있다. 여성 인권침해가 심각한 국가, 세습 왕국들과도 다 대화하지 않나. 사실상 핵 보유국인 북한과 우리가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북한 주민들의 삶 개선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탈북민 지원정책에 대한 생각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북민 공약'을 만들었다. 하나원 프로그램 개편, 금융피해상담 교육 등으로 보이스피싱, 다단계 투자 피해 방지 등이 담겼다. '개편'은 하나원을 외부와 단절된 ‘보안시설’이 아니라 민간이 참여하는 '적응훈련기관'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어쨌든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 탈북민 취·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현 정부 방향성엔 동의한다. 현행 취업지원 제도는 탈북민이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탈북민을 고용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식이다. 좀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하나원 단계서부터 여러 민간기업과 연계 직장체험 기회를 보다 폭넓게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제안한다.

☞ 조경일 작가는 누구? 1988년 함경북도 경흥 출생. 경흥은 한국에서 '아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세 번 탈북을 시도한 끝에 2004년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박사 과정 중인 그는 통일공론장 피스아고라 대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 등으로도 활동한다. 2013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약 2년 간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했다. 정치컨설턴트로 다수의 선거에 참여했고, 국회의원 비서관과 국회사무총장 비서를 역임하기도 했다. '아오지까지(2021)', '리얼리티와 유니티(2023)'를 썼다. 

chaelo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