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극과 극의 이념적 대립을 보였던 정의당 인사들이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탈당 러쉬가 일어나고 있다. 이 대표가 "(당에서) 주류로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며 당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이삭줍기'로 인한 당내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에 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의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합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이 또다시 술렁였다.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은 당의 노선과 대척점에 있는 정의당 인사들의 영입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배 전 부대표는 지난 10일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는데, 개혁신당으로 한 데 세력이 합쳐지면서 개혁신당 소속이 됐다.
당 잡음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전장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전장연의 불법적인 출근길 지하철 운행 저지 시위를 옹호해 온 배 전 부대표는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일원으로 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개별 인사의 입당을 막을 수는 없지만, 법적 대표인 제 권한 내에서 공직 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빅텐트 결성 배경 어려움의 원인으로 배 전 부대표를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과거 배 전 부대표와 장애인 이동권을 두고 큰 이견을 보여왔다. 배 전 부대표 남편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로, 이 대표와 2022년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두고 '비문명적'이라고 비판했고, 박 대표는 '갈라치기 정치'라며 반격했다.
앞서 개혁신당은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의 합류로 인해 이미 홍역을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류 전 의원이 "(당내에서) 주류적인 자리를 잡긴 어려울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그는 "당의 주류적인 입장에서 류 (전) 의원의 정책 제안이나 시각이 많이 반영되진 않을 것"이라며 "주류적인 당원들이 왜 이 길에 류 전 의원이 합류하기로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당분간 이들의 불편한 동거로 인한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개혁신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제3지대 세력이 합쳐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탈당 조짐이 나타났다. 개혁신당 한 당원은 "박원석, 류호정, 배복주 저 세 명만 없어도 지지율 많이 오를 텐데 당원 힘으로 저들을 나가게 할 순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당원은 '개혁신당을 탈당하며 마지막 남기는 글’에서 "비례 순번에 있어서 음식 쓰레기들이 상위에 포진해 있다면 한 표를 주기 어려울것 같다"고 했다. 이외에도 "온갖 오물을 다 받고 내부 전쟁하다 망할 거면 합당 취소하고 비례정당으로 성공하는 게 좋다", "합당 대상자에게 더 이상 신뢰가 없으니 합당 취소해달라" 등의 반발도 쏟아졌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야 공천에서 탈락한 양당 출신 인사들이 개혁신당으로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내 잡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지난 14일 양정숙 무소속 의원 영입에 성공해 약 25억 원대의 국고 보조금(경상보조금 5억+선거보조금 20억)을 받게 됐지만, '꼼수 합류'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개혁신당이 비명계 설훈 민주당 의원, 정치자금법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등에게도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장결혼'(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원장), '온갖 세력 잡탕밥'(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라는 날 선 비난도 나온다.
개혁신당 내부에는 정당보조금 배분, 당직자 인선 등 여러 불협화음 리스크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두 공동대표의 정치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 소통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치인에 비해 속도감 있는 이슈몰이와 '공중전'에 강한 이 대표와 총리 출신의 이낙연 공동대표의 신중한 성정이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두 양당 대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