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15일 한국이 쿠바공화국과 수교한 데 대해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과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쿠바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지속적으로 물밑 작업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에는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번의 접촉을 했다. 또 주멕시코 대사가 수교 교섭을 위해 쿠바를 방문하는 등 고위급 실무진들도 수차례 쿠바 측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쿠바에 폭발 사고, 폭우 피해 발생 등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쿠바 내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번 수교가 성사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수교 협상 진행 상황을 수시로 파악했고, 설 연휴 기간 중 최종 합의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후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쿠바와의 수교안을 비공개 안건으로 의결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쿠바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에서 한국의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다. 이 관계자는 "쿠바와의 수교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이번 수교는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 외교부를 비롯한 긴밀한 협약, 다각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수교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한류에 따라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외교가에선 이번 수교로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바는 북한과 1960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북한의 오랜 우방국 역할을 해왔다. 1986년 3월 피델 카스트로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맺었던 친선협조조약 서문에 '형제적 연대성 관계'라는 표현이 담길 정도였다.
고위 관계자는 "쿠바 입장에서도 190여 개국과 수교인데 (한국과 수교를 안 하는 게)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쿠바 국민 사이에서 한류에 따른 한국 호감 등을 쿠바 정부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고, 그 외 경제적 기회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수교를 통해 상호 상주 공관이 개설되면 양국 간 경제협력이 늘어나고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확대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쿠바 방문 등 체계적인 영사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관계자는 "쿠바와 정치적, 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적 관계를 적극 발전시키고 영사 지원도 면밀히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