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文 정부 책임론' 수습 안간힘…李 '올드보이 청산' 의지 확고


임종석 전 실장 공천 두고 당내 갈등 드러난 민주당
금주부터 '현역 하위 20%' 통보…현역 추가 탈당 가능성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분위기가 공천 문제로 흉흉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배들에게 정치의 길을 열어달라는 취지로 올드보이들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졌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의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을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될까 우려하며 수습에 나섰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올드보이 청산론'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드러내 당내 '공천 물갈이'에 대한 긴장감을 높였다.

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6일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의 '공천 물갈이'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임 위원장의 의견에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당장 당 지도부에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최고위원이 "뺄셈의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라며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임 전 실장의 출마를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단결' 메시지를 내며 논란 수습에 나섰다. 자칫 계파 갈등의 불씨가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임 전 실장의 공천 문제를 두고 당내 갈등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단결 메시지를 설 연휴간 공유하며 수습에 나섰다. 공정한 공천 시스템 하에서 계파 중 누구도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배정한 기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12일)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우리 당에 친문과 친명은 다 없다. 이재명 대표도 친문과 친명 갈등이 이어지고 사람과 세력을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라며 "당 지도부는 당내에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이 총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도 설 연휴인 지난 9일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SNS에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다.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가 없다"라며 "시스템을 통해 능력,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남겼다.

한 친문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낸 메시지처럼 시스템대로 하자고 했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경선해서 결정이 나면 당연히 (임 전 실장도) 승복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임 전 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은 더 격화될 수 있다. 반면 임 전 실장을 공천할 땐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는 여당의 공세에 말려들어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역풍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에서 '운동권 청산론'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으로 총선에 임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586 운동권에 대한 심판 프레임으로 서로 대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려 하는 것 아닌가. 여권의 프레임이 악의적이지만, 민주당에서 (임 전 실장 공천 문제로) 그 프레임에 말릴 필요도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가 '올드보이 청산론'에 대한 의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며 당내 공천을 둔 당내 긴장도는 더 고조됐다. 이날 한 매체에서는 이 대표가 중진급 민주당 후보들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하며 후배들에게 정치입문의 길을 열어달라는 당부 전화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설 연휴 이후 이 대표는 올드보이 청산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탈락 인원들 사이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사진은 민주당 지도부. /배정한 기자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쇄신 의지가 강하고,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있다"라며 "친명 후보자조차도 쇄신의 의지 대상자로 삼고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공관위도 이르면 금주부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31명에게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는 경선 과정에서 얻은 득표수의 20%를, 하위 10%의 경우 득표수의 30%까지 감산하도록 규정했다. 하위 10%의 경우,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에 가까운 불이익을 받는다. 때문에 하위 20%가 통보되고 나면 당내에서는 추가 탈당 행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일각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하위 20% 포함 정도에 따라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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