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상대방이)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걸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녹화해 이날 방영된 KBS와의 신년 대담 방송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여당에서 이 사안을 정치 공작이라고 부르고 여사가 희생자가 됐다고 하는데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디올백 논란'은 2022년 9월 김 여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원 상당의 디올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이 지난해 11월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침묵해오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일각에서 '김 여사 사과'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이후 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선회했고,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미 교포 목사인 최재영 씨가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만남을 시도했고, 김 여사가 이를 뿌리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인데 아내 사무실이 지하에 있었다. 그런데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 목사가) 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구들 얘기를 했다. 사저에 있고 지하 사무실도 있다 보니 (최 목사가) 자꾸 오겠다고 해서 (김 여사가) 그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아직도 26년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들은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게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면서 "하여튼 앞으로는 국민이 여기에 대해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은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우자 리스크 관리를 위한 후속조치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제도든지 만약에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고 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라며 "그래서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이 걱정을 안 하도록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는 거고 대통령실이 받는 것이다.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며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행자가 '김 여사 논란이 발생한 이후 부부 싸움 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전혀 안 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unon8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