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편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김기현 전 대표의 '뉴시티 프로젝트'를 다시 공론화시켰다. 험지로 평가되는 경기권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실성 없는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서울과 인접한 김포, 하남, 구리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경기도에 사는 동료시민의 실질적 살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서울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지역의 정책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원하는 방향을 모두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나누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며 경기 생활권 재편을 위한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2일과 3일 각각 구리와 김포를 방문했다. 구리전통시장에서 한 위원장은 "구리에 서울 편입을 원하시는 분이 많다. 누가 먼저 주장했는지 따지지 않고 적극적이고,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에선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시민이 원하면 저, 국민의힘은 한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정치권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실현이 어려운 정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요인을 던져 해당 지역에서 표를 얻겠다는 의도로 분석되는데 김기현 전 대표 주도로 추진됐다가 동력을 잃은 정책을 재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편입을 위해선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고, 앞서 김포시는 행정안전부에 서울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제안했지만 사실상 불발됐다.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없어 총선 전엔 주민투표조차 실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목련이 피는 봄'에 김포가 서울에 편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5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선을 앞두고 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포 등을 포함한 서울 일부 편입은 지난 30여 년 대한민국이 갖고 왔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수도권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포시민은 물론 서울시민을 대상으로도 주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편입 이슈를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남 미사신도시에서 광화문으로 매일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A씨는 "서울이 된다고 내 출퇴근 거리가 줄어드나, 시간이 줄어드나. 아침마다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다. 교통 대안부터 내놔라"고 말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메가서울은) 일종의 욕망을 건드리는 이슈라고 본다"며 "대통령 지지율, 당 지지율 모두 낮은 상황에서 4월 총선 표를 얻기 위해선 현실성이 없더라도 선거 때까지 (이슈를)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편입될 지역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 될 여지는 있지만 총선 승리할 정도까지 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 지역과 경계인 서울의 또 다른 지역은 지지도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서울과 먼 경기 지역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도 있다"며 "차라리 과감한 교통인프라 정책을 내놓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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