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리스크'가 커질수록 국정 지지율을 포함한 여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김 여사 문제를 총선 전 설 연휴 밥상머리에 끌어올릴 계획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설맞이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촬영했다. 김 여사는 영상에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명절 때마다 김 여사와 한복을 입고 함께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인사했다. 하지만 이번 설 영상에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논란을 의식해 김 여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사전 녹화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설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담은 오는 7일 KBS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김 여사가 재미 교포 목사 최재영 씨에게 디올 파우치 가방을 받은 것을 '몰래카메라 공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불통'으로 규정하며 "국민 소통을 거부한 대담은 김 여사 의혹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관련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미리 정해놓은 질문에 하고 싶은 답변만 내놓는 것이 어떻게 소통이냐는 국민의 지적을 끝내 거부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수석대변인은 "최근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 후 '김 여사 사과론'은 봉쇄되고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라며 "여당 내에서 터져 나오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비판과 사과 요구를 틀어막은 윤 대통령의 불통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김건희 여사 이슈는 총선까지 쭉 갈 이슈다. 민주당에서는 선거 유세할 때 이 문제로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 마이크 잡고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하면, 국민의힘 당원들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일 공개한 대통령 직무 수행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응답방식, 응답률 12.7%,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29%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대 아래로 나타난 것은 2022년 11월 3주 차 조사에서 29%로 집계된 이래 약 9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총선이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김 여사 리스크를 전면 부각해 '정권심판론'으로 설날 밥상머리 민심을 굳힐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근 외신에 김 여사 논란이 보도되고 있다며 '국격 추락'이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가 보도하고 (김 여사 의혹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라며 "(민주당은) 명백한 뇌물 수수로 사과나 해명 문제가 아니라 수사나 법적 처벌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민주당이 들고 있는 카드다. 당 지도부는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에 대해 총선 전 재표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도 지난 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와 함께 시도당 차원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백 진상규명 수사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해 지역 민심 몰이에 나선 것도 민주당의 '투 트랙' 전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부인의 뇌물 사건인 만큼, 설날 때 이것만큼 맛있는 반찬이 또 없을 것이다. 명절 밥상머리에 김 여사 이야기를 안 올리는 집은 없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