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일본 군마현 당국이 현립공원에 설치됐던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하고 비석을 산산조각 낸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전쟁범죄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일 성명을 내 "추도비에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겨있었다"며 "이번 군마현의 추도비 강행철거는 행정당국이 전쟁범죄 역사를 부정하고 미화하는 극우세력의 역사 부정을 실현해 준 반역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일 시민사회의 염원이 담긴 추도비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강제철거로 극우세력에 힘을 실어줬다"면서다.
성명은 "군마현은 추도비 철거로 역사정의 실현을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며 "한일 평화시민들은 군마현 당국의 추도비 철거에 굴하지 않고 연대의 힘으로 역사정의를 실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군마현은 지난달 29일 철거를 시작해 비문이 붙어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산산조각 냈다. 금속제 비문은 추도비를 관리했던 시민단체에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비 비석 앞면 금속제 비문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記憶 反省 そして友好)'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혀 있고, 뒷면에는 한국어·일본어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쓰여 있다.
군마현은 추도비를 철거한 것은 맞지만 추도비에 담긴 정신을 부정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는 지난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도비 철거 이유에 대해 "과거 역사를 수정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최고재판소 결정이 전부이고 외교 문제로도 발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추도비 철거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달 23일, 철거를 시작한 29일, 비석이 산산조각 난 사실이 보도된 전날에도 "이번 사안이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일본 측과 필요한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