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설상미 기자] "내가 사랑했던 민주당은 변했다. 제1당을 대체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이 되는 게 목표다. 100석으로 정치 개혁을 이뤄내겠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움직임이 빨라진 제3지대에서 보수·진보 진영 모두 ‘개혁’을 내세웠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인재영입위원장 이낙연)의 연대에 따라 총선 지형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신정현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민들에게 유능하고 도덕적인 제3지대 정당을 안겨 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의원 시절 '이재명 저격수'로 불렸던 신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당을 떠났다. "입 닫고 잠시 기다리면 네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도 있었다. 당에 몸담은지 어언 12년. 이재명 대표를 위한 ‘원보이스’와 강성 지지층의 횡포에 당의 자정 능력은 상실된 듯 했다. 민주당 당적을 달고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괴감이 커져갔다. 그런 그에게 12월 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직접 찾아왔다. "더 좋은 정치를 경험시켜 주겠다"고 손을 내민 것. 신 위원장은 "먼지 가득한 굴방에서 숨쉬기조차 힘든 곳을 벗어났다"고 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신 위원장과 같은 탈당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의 출마를 두고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 신 위원장은 "벌써 많은 현역 의원들과 교류 중"이라며 "제가 알고 있는 의원들만 해도 15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빅텐트’ 성사 여부 역시 총선의 큰 변수 중 하나다. 보수·진보 진영에서 크게 '중텐트'가 마련되면서 총선 전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신 위원장은 이준석 개혁신당과 연대를 두고 "탄탄하고 단단한 빅텐트가 돼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2년간 몸담았던 당을 떠났다. 탈당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탈당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자괴감이 들었다. 제가 알던 당이 변했다. 2012년의 민주당은 토론이 가능한 당이었다. 이해찬 당대표 시절부터 '원보이스'가 최대 미덕이 됐고, 이재명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개딸(개혁의딸)'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향해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상대를 억누르고 위협하고 모욕감과 두려움을 주게 만드는 정당은 제가 사랑했던 당이 아니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1야당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민생과 경제에 이토록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가 또 있었나.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 어떠한 비판을 하더라도 속칭 '되치기'를 당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문제를 제기하면, 국민의힘은 김혜경 씨의 공금 횡령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은 오류가 없고 김건희는 죄가 없다고 한다. 서로 못난 모습을 비판하고 되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의 경기도정과 현재 민주당이 닮았다. 이견과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못한다.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그런 분위기들이 극대화됐다. 이 대표를 두고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공천과 주요 보직을 받는 반면, ‘우리 당이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된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지켜온 정당이라고 볼 수 있나.
-이낙연 신당 창당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이낙연 인재영입위원장께서 12월 말 찾아오셔서 신당 대변인직을 제안했다. 젊은 정치인에게 더 바르고 좋은 정치를 경험시켜주고 싶다고 하셨다. 당내에서는 귀와 입을 막고 기다리라는 조언들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가 무너지면서 해결할 수 없는 위기들이 많았다. 무능과 부패로 점철된 양당이 아닌, 유능하고 도덕적인 제3지대 정당을 국민들께 안겨 드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라 생각했다.
-현재 공동창당준비위원장직이다. 이 위원장으로부터 처음엔 대변인직을 제안 받았다고 했는데, 당직 변경 배경이 궁금하다.
제가 제안했다. 기성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신당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젊은 세대가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야 신당이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당이 된다고 말씀드렸고, 이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다. 3인의 공동창준위원장 중에 제가 유일한 80년대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민생 공약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 위원장이 따로 고안 중인 정책이 있나.
저출생 공약을 준비 중이다. 요즘 부모들은 노후에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는 세대가 될 것이란 두려움과 강박들이 크다. 아이를 한 명 낳은 부부들에게는 연금을 추가로 30만 원, 두 명은 50만 원, 세 명은 추가로 100만 원 받게끔 하는 공약을 생각 중이다. 아이를 낳은 부부들이 노후에 원래 받게 될 국민연금보다 2~3배 이상을 받을 수 있게끔 대체 적립을 하는 거다. 대납을 하는 방식인데, 국민연금을 통해 투자와 재투자를 거치게 되면 복리 효과가 있다.
-양당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우린 새 정치가 가능한 신생정당이다. 양당이 서로 비판할 때 그대로 되치기 당하지 않나. 도덕성과 윤리적 사고를 갖춘 인사들을 공천할 생각이다. 다만 도덕성만으로는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양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하겠다. 탑다운 방식이 아닌 상향식 네트워크 정당으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정당으로 모델링 할 생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개혁미래당(가칭)의 '개혁' 당명을 두고 '무임승차'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특허 낸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 논리대로라면 '개혁의딸'이 표방했던 개혁에 그들이 무임승차한 거 아닌가. 비합리적인 논쟁이다. 작동하지 않는 어떤 정치의 한계들을 개혁하자는 공통된 분모를 갖고 나왔다. 이는 모두의 지상 과제이고, 국민의 명령이다. 미래를 향한 논쟁을 했으면 한다.
-제3지대 빅텐트 성공 여부가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탄탄하고 단단한 빅텐트가 돼야 한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 역시 2020년 위성정당 허용 결정, 2021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냈던 점에 대해 '얕은 생각'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했다. 이준석 대표도 윤석열 정부를 출범 시킨 '1등 공신' 아닌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된 시민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 주었던 정치적 행동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연대의 가치가 빛을 본다.
-제3지대 연대 움직임 속에서 개혁신당과 힘겨루기가 예상되는데.
이준석의 인지도, 빠른 판단과 성과를 보여주는 속도감은 강점이다. 하지만 이슈 파이팅에 너무 매몰돼 있어, 공론화와 합의 과정들이 다 생략된 느낌이다.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얻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정당 같은 느낌이 강하다. 국가를 통치하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그런 젊은 세대들의 감각만으로는 어렵다. 새로운미래는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경륜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젊음이 공존하는 '세대 연결 정당'이다. 개혁신당과 달리 우리는 당비(현재로서는 후원금)를 내는 권리당원들로 4만여 명 가까이 모였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공천 지분권을 둘러싼 잡음으로 인해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어렵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공천 지분을 놓고 납득할 만한 시스템을 갖춰놓지 못한 채 합당하면 제3세력의 참신함이 사라질 수 있다. 서로 주도권을 최대한 내려놓고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위해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기준을 잘 세워 선별하는 것이 우리가 제3지대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본다.
-현역 의원들의 합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벌써 많은 현역 의원들과 교류 중이다. 제가 알고 있는 의원들만 해도 15명이 넘는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친명계 인사들의 출마를 두고 불만들이 많다. 현재 공천 시스템으로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경쟁 끝에 낙천될 수 있다. 그중에 절반 이상만 오셔도 기호 3번은 어렵지 않다. 다만 부도덕, 무능력 등의 이유로 낙천된 분들을 무조건 받진 않겠다. 새로운 미래가 추구하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새로운 미래의 목표는 무엇인가.
제1당을 대체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이다. 우리는 제3지대의 소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걸 원치 않는다. 양당은 그 어떠한 유능함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오직 상대의 못난 점만 들춰내는 못난이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정당이 되고자 한다. 양당이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불안한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구현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구, 비례를 합해 100석을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개혁, 경제개혁 등 개혁이 가능하다.
☞신정현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누구? 1981년생의 청년 정치인으로, 민주통합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의원장,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 공보단 부대변인을 지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고양시제3선거구(화정1, 2동)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별보좌역(특보)에 임명됐다. 과거 경기도의원 시절,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 지역화폐 업체 특혜 의혹, 경기도정 언론 통제 의혹 등을 제기해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