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되려는 여성에게 병역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여성 군복무로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으로 주지지층인 2030 남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으로 세대 갈라치기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 대표가 이번엔 성별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지난달 29일 여성 신규 공무원의 병역 의무화 공약을 발표했다. 2030년부터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 신규 공무원이 되려는 이에게 성별과 관계없이 병역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여성도 부사관이나 장교가 아닌 일반 병사로 복무를 마친 후에 해당 직렬에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공약을 통해 연간 1~2만 명의 병역자원 추가 확보를 기대했다. 이 대표는 "공무원 임용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몇 문제 더 맞고 덜 맞고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보다는 국가를 위해 군 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여 경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경쟁일 것"이라며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방식이지만 아무리 감군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병력자원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전격적인 병역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개혁신당의 공약에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에 이어 이번엔 여성 징병제까지 꺼내 들면서 세대·젠더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역구는 포기하고 비례로 가는 전략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국민 갈라치기, 비례 한 석을 더 얻기 위한 포지셔닝 이외에 어떠한 뜻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윤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공약 자체가 우리 사회가 한번은 다뤄야 될 수 있는 문제는 맞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런 문제를 다루면 결국 갈등만 양산되고 정상적인 논의보다는 오히려 대립과 갈등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평가했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병역자원이 부족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예전에는 공익으로 갔던 자리라든지 아니면 상근예비역이라든지 이런 자리들이 비어 있다. 그런 대체복무의 틀부터 늘려가면서 집총을 원하는 여성들은 기회를 열어주고 이런 식으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만 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 자격을 주려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감군을 통해 병력 수요를 줄이고 병역 의무를 완화하는 것이지,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며 "'공무원 되고 싶으면 여성도 군대 가라'는 차별적인 임시방편은 해법이 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해당 직군이 군 복무와 관련이 없는데도 복무 경험을 필수화하는 건 '군사주의적 발상'이라고도 지적했다.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성별 갈라치기' 논란에 대해 "제가 무슨 공약을 하든지 약간 반찬처럼 등장하는 내용인 것 같다. 어떤 부분이 남녀 갈라치기에 해당하는지 저는 명확하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4개 직렬에 근무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정년 연장이라든지 초임 기준 처우 등에 있어서 지금에 비해 크게 불합리한 처우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방부는 30일 "해당 사안은 사회적 공감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주요 지지 기반인 '이대남' 공략을 위해 이같은 사회 논쟁적 주제들을 계속 이슈화한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정치인은 선거 때 자신의 기반이 어디 있는지에 가장 민감하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나의 정치적 자산만큼은 챙기겠다는 취지로 2030 남성들을 상대로 한 이슈 파이팅을 반복하는 것이다. 총선 이후의 행보까지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을 다져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