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남기로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여러 차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잔류를 결정해 선택 배경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다. 제3지대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 '유승민 역할론'도 부상하는 가운데 유 전 의원이 총선 이후 국민의힘 권력 구도 재편을 계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유 전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에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린다"는 글을 올리고 국민의힘 잔류를 선언했다. 그는 "당을 지키겠다.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당에 젊음을 바쳤고,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며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전 의원은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대표는 유 전 의원의 합류를 줄곧 희망해왔다. 앞서 지난 24일 TV조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당연히 (유 전 의원과 함께 할) 생각이 있다. 굴뚝같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유 전 의원이 당 잔류를 선택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제3지대 빅텐트 연대 움직임이 예상외로 더딘 상황인 데다가 총선 정국에서 신당이 가질 존재감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의 경험 역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후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당한 바른미래당이 출범했으나 노선 차이로 2020년 결별했다. 이후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으나 자유한국당에 통합·흡수됐다.
전문가들은 유 전 의원이 줄곧 자신을 따라다닌 '배신자 프레임'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계산해 잔류를 택한 것이라고 본다. 총선 결과에 따른 당 권력 구도 재편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유 전 의원은 탈당을 경험해 봤고, 탈당 후엔 정치적 역경이 많았다. 그래서 또다시 탈당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은 중도층에도 확장력이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의종군하면서 차기 당권이나 대권에 대한 발돋움, 본선 경쟁력이 있는 자신한테 기회가 올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총선에서 '유승민 역할론'도 주목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만 밝혔을 뿐 직접적으로 불출마 선언은 하지 않아서 전략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확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유 전 의원이 수도권이나 중도층에 바람을 일으켜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모양새다.
박 평론가는 "대선을 위해선 당에 기반이 있어야 한다. 기회가 되면 (유 전 의원이) 원내에 다시 진출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나. 당에서 험지에 나가달라고 하면 유 전 의원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당에 확실하게 도움을 줘 당을 다시 세팅할 계획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준석 대표는 유 전 의원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28일 "당연히 그 뜻을 존중하고 유 전 의원이 선택한 길에서 좋은 결과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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