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충돌은 누구에게 가장 타격을 줬을까. 당의 구심점을 미래 권력에 내준 윤 대통령인지, 아니면 반격의 여지를 안게 된 한 위원장인가를 두고 정치권 의견이 엇갈린다.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된 김경율 비대위원이거나 본의 아니게 다시 이슈의 정점에 서게 된 김건희 여사일 수도 있다. 이들을 둘러싼 손익계산서는 점점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한켠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예의 주시하기도 한다. 이번 갈등으로 이 대표가 구축했던 정치적 자산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떨친다? 반대급부로 보수세력 중 '반윤석열' 선봉에 섰던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가 일련의 상황을 '약속대련'으로 규정하면서 되려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이 약속대련이라는 생각이 변함없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약속대련을 했기 때문에 이런 봉합 결말이 나오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끼리 싸우고 신뢰 없는 사람끼리 싸우면 이런 결말이 안 나온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가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었는데 안 썼다. 예를 들어 언론인에게 정보를 돌린다든지 이런 것들을 하려다 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전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여기서 중단한 것은 약속대련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충돌을 약속대련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보기엔 양측 모두 얻게 된 리스크가 컸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레임덕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 직면했다. 설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재점화된 점 역시 난감한 지점이다. 한 위원장은 당을 자신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했지만 "김 여사의 사과를 이야기한 적 없다"며 몸을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건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한층 거세진 용산의 압박을 견뎌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약속대련을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위기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미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 반윤 주자로서 이 대표가 지녔던 힘은 동시에 약해질 수 있다.
또 개혁신당 창당대회 다음 날 윤한 갈등이 보도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점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에 "컨벤션 효과가 한참 나와야 하는데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또 한 위원장이 차별화되는 것처럼 보여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보수층 사람이 일차적인 고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갈등으로 그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한 위원장에게 내주게 됐다. 그리고 신당이 출범 과정에서 뚜렷한 대안적 면모를 보여주지 않아서 차별성이 돋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 위원장이 더 튀어 보이니까 신당의 존재감이 더욱 낮아진 것 같다"며 "여러 문제가 맞물리면서 이 대표의 입지가 축소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약속대련 주장을 고집하면서 '개혁보수'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 평론가는 "(오히려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 제3당으로서 독자적 대안을 내놓으면서 과감히 치고 나갈 수 있었는데 입증할 근거가 없는 약속대련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호사가처럼 비쳤다"며 "이 대표 이미지의 단점이 정치인이냐, 평론가냐 하는 지점이었는데 그런 점을 오히려 강화시켜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