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봉합'에 휘청이는 이준석 개혁신당


창당 컨벤션 묻혔다는 평가
연일 '약속대련설' 주장하는 이준석…이미지 타격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을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열린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 대표의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충돌은 누구에게 가장 타격을 줬을까. 당의 구심점을 미래 권력에 내준 윤 대통령인지, 아니면 반격의 여지를 안게 된 한 위원장인가를 두고 정치권 의견이 엇갈린다.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된 김경율 비대위원이거나 본의 아니게 다시 이슈의 정점에 서게 된 김건희 여사일 수도 있다. 이들을 둘러싼 손익계산서는 점점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한켠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예의 주시하기도 한다. 이번 갈등으로 이 대표가 구축했던 정치적 자산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떨친다? 반대급부로 보수세력 중 '반윤석열' 선봉에 섰던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가 일련의 상황을 '약속대련'으로 규정하면서 되려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이 약속대련이라는 생각이 변함없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약속대련을 했기 때문에 이런 봉합 결말이 나오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끼리 싸우고 신뢰 없는 사람끼리 싸우면 이런 결말이 안 나온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가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었는데 안 썼다. 예를 들어 언론인에게 정보를 돌린다든지 이런 것들을 하려다 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전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여기서 중단한 것은 약속대련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충돌을 약속대련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보기엔 양측 모두 얻게 된 리스크가 컸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레임덕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 직면했다. 설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재점화된 점 역시 난감한 지점이다. 한 위원장은 당을 자신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했지만 "김 여사의 사과를 이야기한 적 없다"며 몸을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건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한층 거세진 용산의 압박을 견뎌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약속대련을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위기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미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 반윤 주자로서 이 대표가 지녔던 힘은 동시에 약해질 수 있다.

창당대회 다음 날 윤한 갈등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개혁신당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남용희 기자

또 개혁신당 창당대회 다음 날 윤한 갈등이 보도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점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에 "컨벤션 효과가 한참 나와야 하는데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또 한 위원장이 차별화되는 것처럼 보여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보수층 사람이 일차적인 고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갈등으로 그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한 위원장에게 내주게 됐다. 그리고 신당이 출범 과정에서 뚜렷한 대안적 면모를 보여주지 않아서 차별성이 돋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 위원장이 더 튀어 보이니까 신당의 존재감이 더욱 낮아진 것 같다"며 "여러 문제가 맞물리면서 이 대표의 입지가 축소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약속대련 주장을 고집하면서 '개혁보수'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 평론가는 "(오히려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 제3당으로서 독자적 대안을 내놓으면서 과감히 치고 나갈 수 있었는데 입증할 근거가 없는 약속대련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호사가처럼 비쳤다"며 "이 대표 이미지의 단점이 정치인이냐, 평론가냐 하는 지점이었는데 그런 점을 오히려 강화시켜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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