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정수 기자] 여야는 25일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합의 처리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사직안은 '꼼수 승계'라는 비판 속에 가결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재석 216명 중 찬성 211명, 반대 1명, 기권 4명으로 통과시켰다.
달빛철도는 총연장 198.8km의 광주와 대구를 잇는 고속철도로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철도는 광주 송정역에서 출발해 전남 담양, 전북 장수·남원·순창, 경남 합천·거창·함양, 경북 고령 등을 거쳐 대구 서대구역에 도착한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 대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지난해 8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참여했다. 이들은 법안 제안 이유로 영호남 지역화합과 상생 발전을 내세웠다. 다만 혈세 11조 원이 예상되는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돼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국가철도망계획 44개 사업 중 달빛철도에만 예타 면제 조항이 포함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사직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 의원의 실제 사퇴 배경은 '총선 기호 3번'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9~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77명으로부터 정치자금 312만 원을 위법하게 기부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직 승계 시한은 임기 종료 120일 전인 오는 30일이다. 이를 지나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면 비례대표를 승계할 수 없다. 정의당으로서는 전체 의석수 6석 중 1석을 잃어 5석이 되는 셈이다. 총선에서의 각 정당 기호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 22일을 기준으로 의석수에 따라 부여되는데, 그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의 제3지대 정당 합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정의당은 기호 3번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이 의원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본회의에서는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 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재판 시효를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 제기된 범죄가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 제기한 때로부터 일정 기간을 지나면 공소시효(25년)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할 뿐, 기간의 정지와 관련된 규정은 없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 불발로 이번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 적용 당사자들에게) 2년간 시간을 줬지만 사실상 코로나19 상황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데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왜 이렇게 비정하게 정치를 하느냐"고 토로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여당은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후 사과 한마디 없이 협박하듯 모레(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윽박지르고 있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강제 퇴장 논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국정운영의 파트너인데도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정치 문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국회도 정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강 의원은 본회의 산회 직전 신상발언에서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다면 300명이나 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존재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라며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하소연에 등이라도 토닥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의 이런 기대가 과한 것이었느냐"고 반문했다.